쌍방울그룹, 관계사 완전분리 선언
광림, 쌍방울 상장폐지여부 심사 촉각
쌍방울 그룹이 '완전 해체'를 선언하고, 계열사 독자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로 인해 주요 계열사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등 그룹이 휘청이면서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다만 쌍방울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있는 만큼 각 계열사의 완전한 독립 경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속옷기업 비비안 은 이달초 최대주주가 쌍방울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비비안은 쌍방울과 광림 이 최대주주였지만, 광림이 보유한 비비안 주식 주식 114만6340주(3.85%) 전량을 쌍방울에 매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쌍방울이 보유한 비비안 지분은 13.46%에서 17.31%로 높아졌다.
거래소, 상장폐지 여부 심의 앞두고…'광림→ 쌍방울' 고리부터 깼다
이는 최근 쌍방울그룹의 해체 선언의 일환이다. 쌍방울그룹은 속옷회사 '쌍방울(트라이로 변경)→비비안→IT 솔루션·클라우드 전문기업인 디모아 →엔터테인먼트사 엔에스이엔엠 (구 아이오케이)→코스메틱 기업 제이준코스메틱 →특수장비 제조업체 광림→쌍방울'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졌다.
앞서 광림은 쌍방울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같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나섰다. 광림은 쌍방울 주식 63만2297주(지분 12.0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지난달 해당 지분을 70억원에 세계프라임개발에 팔아치웠다. 이후 쌍방울은 사명을 '트라이'로 변경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부동산 임대 회사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지분 매각은 광림의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광림은 2023년 2월 김 전 회장과 당시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18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한 혐의가 드러나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금액이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상장폐지 관련 심사를 받게 된다. 쌍방울도 2023년 7월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배임(98억원 규모) 혐의로 거래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는 2023년 12월 광림에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는데, 광림은 개선기간이 종료된 지난해 12월 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23일 광림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이 아닌 심의 속개(상장 폐지 결정 유보) 결정을 내렸다. 쌍방울에 대해서도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는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최근 쌍방울그룹의 해체 선언은 두 회사의 거래 재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쌍방울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광림과 쌍방울의 연결 고리를 깨고 관계사들의 독자 경영을 보장해 쌍방울그룹의 사법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시도인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광림과 쌍방울의 거래 정지의 이유가 횡령 등의 혐의였던 만큼 오너 리스크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강력한 개선을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독자 경영…실적 개선 '숙제'
쌍방울그룹은 관계사들이 독자경영을 통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실제로 주요 관계사들은 오너의 횡령·배임 등 사법리스크를 겪으면서 외형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속옷 사업을 하는 쌍방울(트라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별도)은 614억원으로 전년(665억원)보다 40억원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연간 실적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는데, 쌍방울은 2021년 매출액 920억원, 2022년 984억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전체 매출은 884억원으로 감소했다.
쌍방울 최대주주로 올라선 세계프라임개발을 소유한 정운호 회장은 뷰티(네이처리퍼블릭)사업과 패션 사업의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각 회사의 유통과 생산 채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북미, 일본, 중동 지역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한방 성분이 들어간 프리미엄 화장품을, 아마존에서는 가성비 있는 색조 화장품으로 전 연령대의 현지 고객을 공략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중동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바레인과 오만, 두바이에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타르, 이라크, 튀르키에, 이란 등 다양한 유통망에 진출했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은 하락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874억원, 영업이익은 -43억으로 전년(매출 1070억원, 영업이익 -2억원)대비 매출액은 줄고 영업손실은 더 커졌다.
특수장비 제조업체인 광림의 실적 감소폭은 더 가파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별도)은 536억원으로 전년(953억원) 대비 400억원이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90억원에서 26억원으로 감소했다. 광림은 해외시장 진출로 실적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각오다. 기존 러시아 유압 크레인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고 글로벌 특장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재건협의회와 업무협약(MOU) 체결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회사별로 제품 강화·유통 확대, 사업 다각화를 통한 브랜드 정립과 전략적 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과거 정체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환출자 모두 해소"…쌍방울 꼬리표 뗄지는 미지수
쌍방울그룹은 광림을 시작으로 각 회사가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광림과 쌍방울의 지분 관계를 정리한 것처럼 장시간이 걸리더라도 '쌍방울(최대 주주 세계프라임개발)→비비안→디모아→엔에스이엔엠→제이준코스메틱→광림'으로 이어지는 지분 관계를 모두 정리해 각각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미 쌍방울을 인수한 세계프라임개발과 계열사 지분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다만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을 지분 인수에 쓰였던 70억원의 자금을 사실상 KH그룹이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각 계열사가 지분 정리 후 독립회사로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네이처리퍼블릭은 70억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세계프라임개발로 부터 빌린 단기차입금(103억원)을 차환하는 데 사용했다. 해당 채권의 만기일은 2025년 6월 28일이었다. 발행 대상자는 비비원조합으로 KH그룹의 계열사 KH필룩스의 종속회사다.
KH그룹은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단골 투자자로 광림, 엔에스이엔엠 등 CB 발행 등에 참여한 바 있다.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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