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중언어 환경에도 한국어 서툴고 40%만 대학진학
외국어 상담사·전담 교육기관 부족
"정부서 실태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올해 국제결혼의 결실로 태어난 다문화학생 수가 2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제결혼이 늘면서 전체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4% 정도가 다문화학생인 시대가 됐고, 정원의 30% 이상이 다문화학생으로 구성된 '다문화학생 밀집학교' 수도 최근 5년 새 40%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부모의 이혼 등 가정 파탄으로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가 돌아온 중도입국 학생들 중에는 한국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한국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교육 및 진로상담도 제대로 못받고 자란 다문화학생들에 대한 실태 파악 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는데…여전히 한국어가 낯선 다문화학생들
"오늘은 재앙과 재난이란 단어가 어떻게 다른지 배워보겠습니다. 두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원의 한국어 수업 시간. 피부와 눈동자색이 모두 다른 이국적인 외모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시를 듣자 열심히 공책에 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한 학생이 옆에 앉은 친구에게 '재난'이 뭐냐고 물어보자 그 친구는 "중국 말로 짜이난(??)"이라며 귀띔했다.
이곳에 모인 학생 대부분은 부모 중 한명이 한국인인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다문화학생들이었지만 한국말이 서툴었다. 유년시절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다가 돌아온 '중도입국' 학생들이 많아 이들의 서툰 한국어 실력을 고려하다 보니 수업 교재의 난이도는 기초 수준으로 맞춰졌다. 수업교재 내용은 "책을 펴세요, 책을 보세요, 앉으세요" 등 매우 기본적인 한국어 표현으로 구성돼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제결혼가정 출신 다문화학생은 크게 국내출생과 중도입국 학생으로 나뉜다. 중도입국 학생은 ▲한국인과 결혼이민자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가정 해체 등으로 한국 밖에서 성장하다가 입국한 학생, 혹은 ▲한국인과 재혼한 결혼이민자가 데려온 자녀를 뜻한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자란 국내출생 학생들은 한국말에 익숙한 편이지만 중도입국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일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은 주로 지역 다문화센터, 혹은 다문화교육원 등 한국어 교육시설로 몰려든다.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원장인 유진이 교수는 "처음엔 말이 없고 학교 적응도 어려워하던 다문화학생들도 이곳에서는 같은 말을 쓰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시 활발해지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참여한다"고 말했다.
다문화학생 올해 20만명 넘어서는데…대학진학률은 부진
국내 다문화학생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2024년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은 2020년 14만7378명에서 지난해 19만3814명까지 늘어났다. 전체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중 다문화학생 비율은 3.8%에 이른다. 지금의 증가추세라면 올해 국내 다문화학생 숫자는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문화학생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일명 '다문화학생 밀집학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 혁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학생 밀집학교는 현재 350여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1819개 중 2.96%에 달한다. 2018년 250여개 대비 5년 새 40%나 급증했다.
숫자는 많아졌지만 다문화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매우 부진하다. 교육부 집계결과 2023년 기준으로 다문화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평균 40.5%로 전체 국민 평균 진학률 71.5%보다 31%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다문화지원 양쪽서 소외된 아이들, 실태파악부터 나서야"
전문가들은 다문화학생들 가운데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로나 학업상담 등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 교수는 "다문화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청소년 문제임과 동시에 다문화가족의 문제다보니 정부부처 어느 한 곳도 전담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내몰린다"며 "이들을 지원하고 싶어도 외국어가 가능하고 다문화가정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담사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체 가정에서 자란 중도입국 학생들의 실태조사도 시급한 상황이다. 유 교수는 "일부 한국인 남성들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부인이 도주할 것을 우려해 국적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이혼하는 가정이 많고, 아이는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다가 어머니의 나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만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실태파악과 함께 진로상담을 할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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