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케이크 2종 중량 줄여
'초콜릿 레이어 케이크' 540g→370g
케이크 두 조각 사라져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가 일부 케이크 제품 중량을 30%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치솟으면서 케이크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인 것인데, 연중 최대 초콜릿 수요가 몰리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꼼수' 가격 인상인 셈이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고디바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케이크 2종의 중량을 최대 31%까지 줄인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초콜릿 레이어 케이크'의 중량은 기존 540g에서 370g으로, '다크 초콜릿 케이크' 중량은 기존 540g에서 430g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케이크 지름도 각각 기존 15.5㎝에서 14㎝로, 15~16㎝에서 13~14㎝로 줄었다.
고디바는 1926년 벨기에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로,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판매되는 유명 초콜릿 프랜차이즈다. 국내에는 총 36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비에스코퍼레이션(BSK)이 2012년 사업권을 가져와 현재까지 판매 및 유통을 맡고 있다.
비에스케이코퍼레이션의 모회사는 국내 3위 면방업체인 일신방직으로, 일신방직은 화장품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1996년 비에스케이코퍼레이션을 세웠다. 회사는 1996년 영국 화장품 회사인 '더바디샵(The Body Shop International PLC)'과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더바디샵'을 설립해 화장품 국내 공급을 맡은 바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고디바와 더바디샵 매장이 나란히 있던 까닭도 이 때문이다.
고디바는 이번 중량 변경의 배경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들었다. 고디바는 이번 공지에서 "전 세계적인 카카오 수급 불안정으로 원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원재료의 원가 상승이 있어 불가피하게 케이크 중량을 변경했다"며 "고객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콜릿 주요 원재료인 카카오 가격은 기후 위기와 병충해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급등하는 추세다. 세계 1, 2위 생산국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폭우와 가뭄 영향을 받았고, 카카오 가지 팽창 바이러스(CSSVD) 감염률이 급증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카카오 가격은 지난해 중순 폭등한 이후 안정세를 보였지만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1월1일 t당 4204달러였던 카카오 가격은 석 달 뒤인 4월 중순 1만1685달러까지 급등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역대 최고치(1만26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초콜릿을 사용한 일부 식품들의 가격 인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1일자로 초코송이와 다이제초코 등 초콜릿이 함유된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으며, 해태제과도 포키, 홈런볼 등 초콜릿 비중이 높은 과자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또 커피빈은 지난해 12월 말 카카오 가격 인상으로 카페 모카와 더블 초콜릿 등 초콜릿 파우더가 포함된 음료 메뉴를 200원씩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카카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수년간 카카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이 같은 원재료 가격의 변동은 더 잦아지고, 진폭도 더 커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식품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정 기간 낮추는 '정기 할당 관세' 대상에 코코아 생두를 포함해 부담을 완화하려는 방침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할당 관세는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할 때 관세 혜택을 통해 수입 비용을 낮춰주지만 상황이 계속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최선책"이라고 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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