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강력한 리더에게 이끌리는 경향 있어
민주주의 작동 힘들지만 포기 말아야
美 고립주의, 인류 전체와 미국 스스로에 비극일 것
워싱턴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로버트 캐플란은 보수주의자이지만 보통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캐플란은 '황무지: 영구적 위기에 처한 세상(Waste Land: A World In Permanent Crisis)'이라는 신간에서 "우리는 문자 그대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플란은 숨 막힐 듯한 속도로 움직이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온건하고 자제력 있게 행동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불행히도 캐플란의 메시지는 서방 민주주의 유권자에게 큰 열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최근 서방 유권자 스스로가 선택한 지도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캐플란의 최근 작품에 있는 특정 부분에 사로잡혔는데, 그것은 캐플란이 지금의 세계를 1920년대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사이에 히틀러가 권력을 잡기 직전 바이마르 독일에 비유한 구절이다. 나는 이 같은 암울한 평가를 내가 알던 사람 중 가장 현명한 인물인 영국 역사학자 마이클 하워드로부터 듣기도 했다. 하워드는 2019년에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그는 사망하기 몇 년 전에 "우리는 바이마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하워드는 대다수의 사람이 전통적 엘리트에 대해선 환멸을 느끼는 반면, 단순한 해결책을 가진 강력한 리더에게 이끌린다고 지적했다. 비록 그 강력한 리더가 갱스터라 할지라도 말이다.
또 다른 존경하는 역사학자인 로렌스 리스는 최근 '나치 마인드(The Nazi mind)'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부제는 '역사로부터의 12가지 경고(12 Warnings from history)'다. 그는 이 책에서 1930년대 유럽의 독재자들이 '우리 vs 그들'이라는 믿음을 만들어낸 방식에 대해 강조한다. 당시 독재자들은 본인을 얕보는 엘리트에 맞섰으며, 자신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이라고 주장했고 대중을 성공적으로 속였다. 리스는 "히틀러는 1919년 베르사유 조약 및 경제 붕괴 이후, 자신의 말을 경청한 많은 사람이 느낀 분노를 정당화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히틀러를 위해 봉사했던 시절을 삶의 최고 순간으로 기억하는 SS(슈츠슈타펠) 참전 용사를 인터뷰한 바 있다. 그는 "나는 SS에서 알려준 지적 방향성에 대해 감사했다. SS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느꼈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진보적 헛소리라고 낙인찍을 만한 것을 제안하려 한다. 그것은 '덜 아는 사람'일수록, 소셜미디어나 폭스 뉴스 등에 갇힌 사람들이 객관적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하듯이, 그들 스스로 옳다는 확신에 오만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반대로 '더 잘 아는 사람'일수록 (앞서 SS 참전 용사가 말했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에 저항할 가능성은 크다.
캐플란은 '마가' 교리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며 "연약하면서도 유한한 우리의 지구는 무엇보다 온건함에 의지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는 그것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플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한데다 세상에 질병이 없으며 기대 수명이 연장됐다고 주장하는데, 캐플란은 이를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핵무기가 192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가장 무서운 측면은 예측 불가능성과 혼란을 특히 외교 정책에서 주요한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리얼리티 쇼에서는 효과가 있을 테지만 우리 대부분이 살고 싶어하는 안정적인 사회는 예측 가능성과 질서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지루할 수 있지만, 신중하고 정직하며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고 법과 공정성을 존중하는 지도자가 통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위험에 빠진 사례는 바이마르 시기다. 겁에 질리고 혼란을 겪은 유권자들이 '강력한 사람(strongmen)'을 선택한 시기다. 거의 모든 독재자가 그렇듯, 이 '강력한 사람'은 자기애와 무모함으로 우리 모두를 재앙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미국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덜 분열된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Z세대(10대부터 20대 후반)의 대다수가 독재 정권이 통치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더불어 현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압도적인 증거를 무시하면 안 좋은 결과가 가속할 것이다. 부정적 결과는 군사적 재앙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는데, 이는 무차별적인 무력이 발생하거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은 침략자에 충분히 저항하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퇴보와 약점을 이용해 새로운 소련을 건설하려고 있다.
아직은 (부정적 결과가 오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갖고 일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방법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 지혜가 우리의 눈을 뜨게 하면, 백악관에서든 뒷마당에서든 거짓 우상 또는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는 사기꾼을 숭배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게끔 하는 시도를 우리 스스로가 포기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일찍이 캐플란은 대량 이주, 물 부족, 천연자원 고갈, 전염병 등이 전 세계 중에서도 특히 서구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협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이 같은 문제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다른 국가와 협력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모두 물리친다는 화려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미국도 불가능한 일이다.
극단적인 국가주의로 후퇴하면 어디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우리가 얻은 위대한 교훈은 앞서 캐플란과 하워드가 이해한 것과 같다. 서구 문명의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이 결코 미국을 빈곤하게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외 모두에게도 이롭다는 것이다.
미국이 1918년부터 1941년까지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바이마르 공화국은 실패했고 대공황이 일어났으며 독재자가 부상했다. 아울러 영국을 1940년부터 1941년에 걸쳐 전쟁 패배 직전까지 몰았다. 우리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구원받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을 통해 현금 이익을 낸 유일한 교전국이 됐다.
만약 지금, 미국인들이 국제주의와 파트너십, 동맹을 포기한다면 그 결과는 인류 전체는 물론 미국인들 자신에게도 비극이 될 것이다.
맥스 헤이스팅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US Must Avoid Isolationism, a Path to Nowher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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