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쓰레기 사용량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19㎏에 달한다.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533개로, 핀란드의 100배다.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23년 51억5000만건으로 추산된다. 2021년 기준 택배 포장 폐기물은 200만t으로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8.8%였다. 일회용 상자로 택배를 보낼 때 1회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35.1g이다.
미래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때다. 일회용 감축 정책과 실천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류의 숙제다. 정부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실효성과 지속성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용하기 쉬운 분야부터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일회용품 감축 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 현장에서 따라갈 수 없다는 산업계 호소에 유예를 반복하다 조용히 사라진 친환경 정책이 적지 않다. 종이컵 규제와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은 버려졌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역시 전국 의무화에서 자율 시행으로 전환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일회용 택배 과대 포장 규제 정책도 2년간 유예했다. 규제에 맞추려면 다양한 규격의 택배 상자가 필요한 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지자 ‘유예’ 카드를 내밀었다.
전국에서 시행할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민간 자율 시행으로 전환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다. 2022년 12월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먼저 시행했다. 2023년 일회용 컵 보증금제 매장 참여율은 제주 94%, 세종 65%에 달했다. 효과도 있었다. 제주에서 텀블러 사용량(1~7월 기준)은 2022년 2만2979개에서 2023년 7만805개로, 1년 새 180% 증가했다. 세종에서도 2022년 6890개에서 2023년 1만2369개로 79% 늘었다. 같은 기간 제주와 세종 외의 지역에서 텀블러 사용 증가율은 20%에 그쳤다. 제주에서 일회용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설치한 일회용 컵 반납 존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다. 기자도 전날 일회용 컵 3개를 반납했다. 이용 방법도 편리했다.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만 다운받고 바코드를 찍고 컵을 반환하면 된다. 감축 효과를 확인한 만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
유럽연합(EU)은 2029년까지 보증금반환제도 전면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노르웨이, 독일 등은 이미 보증금 반환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50년 전부터 보증금 반환제도를 뚝심 있게 진행했고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제도를 받아들였다. 노르웨이의 플라스틱 중 새 플라스틱은 20%, 나머지 80%는 재생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EU는 또 일회용 대신 수거해서 다시 쓰는 다회용 포장 박스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택배 물량의 20%를 다회용 박스에 담을 방침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에 우선 적용해 90%까지 다회용 박스를 의무화한다. 배송 기사가 설치해준 뒤 포장 박스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전제품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세밀한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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