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중복 노출 없애 주문 편의성 높여
쿠팡이츠 턱밑 추격에 위기감 반영
올 1월 선임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고객에 집중한 혁신'이 윤곽을 드러냈다. 내달부터 배달의민족 앱에서 이름과 주소가 같은 가게를 하나로 통합해 주문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다. 가게 노출 순서도 배달 방식과 상관없이 고객 효용을 높일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고객 경험 향상을 통해 사용자 수를 늘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내달 진행되는 개편을 통해 배민에 노출되는 가게는 중복 없이 주문 수, 재주문율, 배달예상 시간 등을 고려해 정렬된다. 기존에는 같은 가게여도 배민이 직접 배달하는 방식과 가게에서 배달 대행업체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하는 방식 등 상품에 따라 나눠 노출돼 고객의 혼선을 유발했다. 두 방식 모두 사용하는 가게의 경우 이름으로 검색해도 배민 앱에선 두 개가 보여 어디서 주문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이를 하나로 합치면서 노출 순서는 특정 기준이나 배달 방식에 유리하지 않고, 주문 수가 많거나 재주문율이 높을수록, 사용자 주소에 따라 배달예상 시간이 짧을수록 상단에 노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 CEO가 지난달 8일 취임 이후 첫 전사발표에서 제기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고객이 음식배달과 가게배달을 구분해 식당을 찾도록 돼 있는 기존 앱 구조에 대해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지, 고객이 다른 어떤 앱보다 편리하게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고객이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가게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개편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개편안은 내달 7일 세종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서울시에는 3월 21일 적용된다.
아울러 배민은 중복 노출로 인한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소의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울트라콜' 상품을 종료하기로 했다.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상품으로 이른바 ‘깃발꽂기’로 불렸다. 고정 비용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깃발을 많이 꽂은 특정 가게가 앱에서 중복 노출되고 주문이 늘게 돼 업주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울트라콜 종료는 4월 1일 서울시 강남구 등에서 시작해 8월까지 모두 마친다는 게 배민의 계획이다.
김 CEO는 이 같은 개편안에 붙여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전히 배달 앱 시장에서 멀찌감치 앞서가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은 정체돼 있는 상황에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과 12월 배민의 월간 사용자는 각각 2240만 명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2위인 쿠팡이츠는 1년 동안 사용자 수 74%, 카드 결제 금액은 118% 급증했다. 사용자는 아직 절반 정도지만 월간 카드 결제금액 추정액은 배민의 60% 정도까지 따라왔다. 객단가와 재구매율에서 쿠팡이츠가 더 높다는 분석이다. 카드 결제 금액 점유율을 보면 1월 18.4%에서 12월 35.3%로 16.9%포인트 증가했다. 배민은 같은 기간 71.4%에서 57.6%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복잡한 앱 화면과 주문 동선을 개선하는 등의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노력에는 배민의 현재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며 "올해 배달 품질, 고객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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