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점심해주면 30분에 2천원…일상 속 작은 돌봄
몸 아픈 노인에게 필요한 건 잠깐의 손길
저렴한 가격에 필요할 때마다 '챳토' 서비스 불러
식사 준비·청소·쓰레기 버리기 주로 이용
"집에 살기 훨씬 편해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사토 요시코 할머니(78)의 식사 준비를 돕고 있는 야마구치 히사코 씨(65). 1시간 동안 할머니의 점심 준비를 도운 야마구치 씨는 이 봉사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적립했다. 나중에 자신도 도움이 필요할 때 이 시간만큼 다른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 아이치현 도요아케시에서 혼자 사는 사토 요시코 할머니(78)는 지난해 12월, 팔목 골절로 3주간 깁스를 해야 했다. 당장 급한 문제는 식사였다. 한 손으로는 간단한 요리조차 힘들었고, 기댈 것은 컵라면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 도우미를 지원하는 시청 서비스가 있다’는 말을 동네 이웃에게서 들었다.
'챳토(ちゃっと)'라고 부르는 이 서비스는 일본어로 '잠깐'이라는 뜻이다. 비용은 30분에 250엔(약 2400원), 컵라면 값보다 싸다. 사토 씨는 "시청에 전화 한 통 하니까 도우미가 바로 왔다"며 "주방에 있는 재료로 반찬이랑 국을 만들어준 덕분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는 불편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면 잠깐씩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싼 가격에 챳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챳토는 글자 그대로 짧은 시간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준다. 도요아케시 서로돕기센터가 챳토 서비스를 도맡아 운영한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센터의 상담사가 적절한 도우미를 보내준다.
도요아케시는 인구 7만여 명의 소도시다.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도요아케시는 2017년 챳토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고령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간단함'과 '접근성'이 챳토 서비스의 핵심이다. 65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30분당 250엔만 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한 회차에 1시간 30분을 넘기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 20일 도요아케시 서로돕기센터의 카와사키 케이코 상담사가 '챳토' 도우미로 활동하기 위해 등록 신청을 하러 온 20대 여성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7년째 챳토 서비스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카와사키 케이코 씨(76)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도움이 아니라 잠깐의 손길일 때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챳토 서비스 신청 내용을 보면 청소, 요리, 장보기, 전구 교체, 이불 말리기 같은 소소한 집안일이 대부분이다. 전문 자격증이 필요한 간병이나 의료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챳토 서비스 도우미는 동네 주민 가운데서 뽑는다.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다. 현재 등록된 도우미 수는 430명.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기본 교육을 받고, 상담사의 관리를 받으며 활동한다. ‘착한 알바’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청소년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도우미로 등록해 이웃 할머니의 피아노 옮기기를 도와준 타나카 소우타 학생(18)은 “어르신들의 일상을 돕고, 용돈도 생겨서 좋다”고 했다.
도우미는 활동의 대가로 현금을 받거나 시간을 적립할 수 있다. 시간 적립을 선택하면 나중에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우미 절반 이상이 은퇴자여서 시간 적립을 통한 ‘노노(老老)케어’가 가능하다. 이는 지역 내 '상부상조' 문화를 만들고 있다.
챳토 서비스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 첫해 월평균 8시간 30분에 불과하던 이용 시간은 지난해 월평균 523시간까지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쓰레기 버려주기'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쓰레기 종류에 따라 배출하는 날짜가 다른데,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이마저도 버겁다.
쓰레기 버려주기를 자주 이용하는 다나카 마사오 할아버지(75)는 "쓰레기를 집에 오래 두면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며 "관절염이 심할 때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도 없어서 이제 시설에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챳토 덕에 집에 살기 편해졌다"고 했다.
도요아케시는 챳토 사업에 연간 1000만엔(약 9600만원)을 쓴다. 적은 예산이지만 만족도가 높아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온다. 도요아케시 고령자복지과의 다케타 테츠키 과장은 "처음에는 '30분으로 뭘 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짧은 시간이 장점이 됐다"며 "덕분에 시에서 운영하는 요양보호사가 줄어 재정을 아끼는 효과까지 거뒀다"고 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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