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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선 치매 부모님, 3만원에 마음놓고 하룻밤 맡겨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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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치매 부모님, 마음 놓고 하루 맡기는 곳

낯선 요양원 대신, 옆집 같은 공간서 어르신 돌봐
하루 10명 남짓 노인 돌보는 '소규모 다기능홈'
규모 작아 직원들이 노인 속속들이 챙겨

병원동행과 긴급숙박 서비스까지 가능
아픈 노인들, 살던집에서 계속 거주 도와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도리구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소규모다기능홈 '와가야'(わがや·우리집)'의 전경. 사진=박유진 기자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도리구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소규모다기능홈 '와가야'(わがや·우리집)'의 전경.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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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기서 하룻밤만 주무세요. 내가 오늘 간단한 수술을 하거든요. 내일 아침에 퇴원하면 바로 모시러 올게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사는 츠루미 히라가와 씨(67)가 노모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스즈키 치요 씨(91)는 대답 대신 눈을 두어번 껌뻑였다. 츠루미 씨는 작년 말 다리 수술로 병원에 하룻밤 입원해야 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걱정됐지만, 다행히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와가야'(わがや·우리집)에 맡길 수 있었다.


와가야와 같은 시설을 일본에서는 ‘소규모 다기능홈’이라고 한다. 츠루미 씨는 "평소에는 낮에만 어머니를 맡기던 곳이었는데 급할 때는 밤에도 돌봐준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고 했다. 비용은 1박에 3000엔(약 2만8000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낯선 요양원 대신, 옆집 같은 돌봄공간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도리구 주택가에 위치한 소규모다기능홈 '와가야'(わがや·우리집)'에서 마츠시타 하루코 할머니(91)가 퍼즐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도리구 주택가에 위치한 소규모다기능홈 '와가야'(わがや·우리집)'에서 마츠시타 하루코 할머니(91)가 퍼즐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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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다기능홈'은 일반 가정 같은 환경에서 어르신을 돌봐주는 곳이다. 일본 전역에 5248개가 있다. 히라가와씨가 사는 나고야시에는 79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지역 고등학교 개수와 맞먹을 정도다. 개호보험(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병원동행과 긴급숙박 서비스까지 해준다. 와가야에는 간호사 3명이 상주해 노인들이 간단한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나고야시 미도리구 주택가에 있는 와가야도 밖에서 보면 평범한 집이다. 실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츠시타 하루코 할머니(91)는 이곳을 '또 하나의 집'이라고 부른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기에 머문다. 이곳에서 또래 노인들과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눈다.


몸이 아파 보행기에 기대서도 못 오는 날에는 요양보호사가 집에 찾아와 식사를 돕고 말벗을 해준다. 미도리구에서 나고 자란 마츠시타 할머니는 단독주택에서 아들 내외와 살고 있다. "아들 내외가 일하러 나가면 집에 혼자 있는데 와가야에 오면 친구들도 있고 외롭지 않아요. 저한테는 집이 두 개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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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가 주목한 '소규모'의 힘

미도리구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미나미구에도 빈집을 고쳐 만든 소규모 다기능홈 '모우야이코'(もうやいこ·모두어울림)가 있다. 등록 정원은 최대 18명, 하루 이용자는 10명 내외다. 규모가 작아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속속들이 챙길 수 있다. 평소 어디가 자주 아픈지, 무슨 약을 먹는지,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자식들보다 더 잘 안다.

관리자 산 타쿠미 씨는 "이용하는 어르신의 80%가 혼자 살면서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이라며 "치매 환자이지만 살던 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한 끼에 식사비 600엔(약6000원)이고, 산책이나 의료·취미 생활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추가요금이 붙는다. 하루 숙박비는 3500엔(약 3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나미구에 있는 소규모다기능홈인  '모우야이코'(もうやいこ·모두어울림)에서 오노 가즈나이 할아버지(90)가 신문을 읽고 있다. 오노 할아버지는 주 5회 낮 시간 이곳을 찾는다. 사진=박유진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나미구에 있는 소규모다기능홈인 '모우야이코'(もうやいこ·모두어울림)에서 오노 가즈나이 할아버지(90)가 신문을 읽고 있다. 오노 할아버지는 주 5회 낮 시간 이곳을 찾는다.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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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시는 고령자들이 자택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소규모 다기능홈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우야이코'는 2006년 폐가나 다름없던 건물을 지역 주민과 미나미의료생협('모우야이코' 운영법인)이 100만엔(약 950만원)에 구매해, 1300만엔(약 1억2200만원)을 들여 개조 만든 곳이다. 나고야시가 개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했다.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운영방식도 짜임새 있다. 영양사와 재활훈련사를 배치해 개인 맞춤형으로 필요한 식사와 치료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시설에 오지 않을 때는 안부를 확인한다.


사이토 야요이 오사카대 인간과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독거노인이 계속 늘고 있어 재택 서비스 수요가 많다"며 "나고야시 정책은 노인들이 집에서 계속 거주하도록 돕고, 가족의 돌봄 부담까지 경감해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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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일본)=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차장(팀장)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사진)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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