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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큰일 날뻔…"어머님댁에 月 2750원 플러그 놔드려야겠어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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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전기료가 아까워서 불 대신 TV만 켜는 집도 있고 끼니를 경로당에서 해결해 밥솥은 안 쓰고 불만 켜는 집도 있다"며 "조도와 전력 사용량 그래프를 둘 다 잘 살피다가 평소와 다른 이상흐름이 보이면 바로 조치한다"고 했다.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돌봄플러그 상황판을 볼 수 있어 밤에도 당직자들이 돌아가며 알람을 확인한다.

돌봄플러그는 노인들의 상태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유용하다는 게 부천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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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거실에 플러그 하나 꽂아두면 쓰러져도 걱정 없어"

콘센트에 갖다 꽂으면 되는
월 사용료 2750원짜리 '돌봄플러그'
독거노인 집 '전기 사용량·조도' 감지

전기 안 쓰고, 불 안 켜면 위험 신호로 인식
아파트 관리실에 경고음

직원들이 즉시 연락 방문해 노인 상태 살펴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해 12월 어느 날, 경기도 부천시 중동 한라1단지. 늦은 밤 고요한 관리사무실에 '삐익삐익' 알람이 울렸다. 동시에 ‘돌봄플러그’ 상황판에는 붉은색 위험 신호가 깜빡거렸다.

부천 중동한라1단지에 사는 이경자 할머니의 댁에 설치된 돌봄플러그. 강진형 기자.

부천 중동한라1단지에 사는 이경자 할머니의 댁에 설치된 돌봄플러그.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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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의 출처는 118동 이경자 할머니(81) 댁. 김은철 주택관리공단 주거복지팀장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세 번을 걸어도 받지 않았다. 곧장 할머니 집으로 달려갔다.


부천시가 독거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운영하는 서비스인 '돌봄 플러그'의 모습. 강진형 기자

부천시가 독거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운영하는 서비스인 '돌봄 플러그'의 모습.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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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플러그'는 전기 사용량과 조도를 감지하는 소형 멀티탭이다. 거실이나 주방, 화장실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된다. 플러그 안에 있는 센서가 어르신이 전기를 쓰는지, 불은 켰는지 감지해 아파트 관리실 상황판으로 정보를 실시간 전달한다. 그날 저녁 알람은 할머니의 상태에 대한 경고였다.

돌봄플러그 서비스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돌봄플러그 서비스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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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10분 넘게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니까 할머니가 엉금엉금 기다시피 나오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났을 거예요."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관리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돌봄플러그 상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관리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돌봄플러그 상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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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구한 것은 돌봄플러그였다. 통합돌봄 시범지역인 부천시는 노인 가구에 돌봄플러그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설치한 노인들은 건강 상태에 따라 둘로 나눠 관리받는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은 '일반', 병원에서 막 퇴원했거나 거동이 힘든 사람은 '고위험'이다. '일반'은 70시간, '고위험'은 14시간 신호가 없으면 알람이 울린다. 혼자 살고 다리 마비 증상까지 있는 이 할머니는 '고위험'에 속한다.


한라1단지는 영구임대주택이라 김 팀장과 같은 주택관리공단 직원이 상주하며 아파트 주민들을 돌본다. 최근 김 팀장은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다. 할머니는 김 팀장을 보자마자 그때가 생각나 울컥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던 때였어. 열이 펄펄 끓는데 이틀 동안 불도 못 켜고 밥도 못 먹었지. 그날 아무도 안 왔으면 내가 지금 살아있을까 싶어. 돌봄플러그 덕분에 내가 살았어. 쓰러져도 누가 달려와 주니까 혼자 있어도 안심이 돼. 그날 이후로 이 집에서 쭉 살 수 있겠다 싶어."

할머니 또래 노인들은 다들 스스로에게 인색하다. 김 팀장은 "전기료가 아까워서 불 대신 TV만 켜는 집도 있고 끼니를 경로당에서 해결해 밥솥은 안 쓰고 불만 켜는 집도 있다"며 "조도와 전력 사용량 그래프를 둘 다 잘 살피다가 평소와 다른 이상흐름이 보이면 바로 조치한다"고 했다.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돌봄플러그 상황판을 볼 수 있어 밤에도 당직자들이 돌아가며 알람을 확인한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어머님댁에 月 2750원 플러그 놔드려야겠어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원본보기 아이콘
▲돌봄플러그 서비스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을 방문한 김은철 주택관리공단 팀장과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돌봄플러그 서비스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을 방문한 김은철 주택관리공단 팀장과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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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플러그는 노인들의 상태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유용하다는 게 부천시 설명이다. 부천시는 1기 신도시로, 30년 전 처음 이곳에 유입된 사람들과 함께 도시 전체가 늙어가고 있다. 전체 인구(약 77만명) 중 18%(13만4000명)가 고령 인구다.


현재 돌봄플러그는 부천에 있는 임대아파트 4개 단지 233가구에 설치돼 시범운영 중이다. 기기 가격은 10만원이고 1인당 사용료는 한 달에 2750원이다. 홍은영 부천시 통합돌봄팀장은 "민간아파트나 주택가에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리사무소나 주민복지센터에 모니터링해 줄 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돌봄플러그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사는 한라1단지에선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따로 기록하고 있다. 김 팀장은 "위급한 어르신이 발견돼 구급차에 실려 가야 할 상황에서는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생활 습관은 어떤지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 놓는다"고 했다. 그가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돌봄플러그 대상자 현황' 서류에는 할머니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각장애, 보행 불편, 다리마비 증세, 위염' '요가, 기공체조에 적극 참여'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모습' '집에 계속 거주하려는 의지가 강함'.


스마트 돌봄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을 방문한 김은철 주택관리공단 주거행복지원센터 팀장과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스마트 돌봄 대상자인 이경자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27일 부천 중동한라1단지 자택을 방문한 김은철 주택관리공단 주거행복지원센터 팀장과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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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큰일 날뻔…"어머님댁에 月 2750원 플러그 놔드려야겠어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원본보기 아이콘




부천=심나영 차장(팀장) sny@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강진형 기자(사진)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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