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생 中 엔지니어 량원펑
2023년에 첫 AI 모델 출시...1년여만에 R1 발표
딥시크 충격에 엔비디아 기업 가치 6000억 증발
"딥시크(DeepSeek) R1은 인공지능(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저비용·고효율 AI 모델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충격에 빠뜨리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렇게 표현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우주개발에서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미국보다 구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데서 유래한 말이다.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킨다.
AI 기반 헤지펀드로 20조원 굴리던 량원펑
AI모델 R1을 설계한 량원펑(梁文鋒) 딥시크 창업자는 1985년 광둥성 잔장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2년 잔장시 우촨 제1중학 대입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해 공학 명문대인 저장대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수학을 독학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는데, 이 같은 성향은 자연스럽게 금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2013년 대학교 동문인 쉬진과 항저우에서 '야코비투자관리유한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 량은 대학 동기와 함께 AI 기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만들었다.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을 접목한 방식을 사용했다. 2021년 하이플라이어의 자산 관리 규모는 1000억위안(20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량은 2019년 사내에 AI 딥러닝 플랫폼 부서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 1만개를 확보해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비용은 10억위안(2000억원) 상당이었다. 이후 하이플라이어 펀드에서 딥시크를 분사하고 AI 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한 첫 AI모델 딥시크 코더를 2023년 11월에 출시했다. 연이어 딥스크 매스, 매스, 딥시크, VL, V2, 코더2, V3 등 모델을 출시했으며 지난주에는 R1모델까지 내놓았다.
딥시크의 놀라운 점은 저비용으로 미국의 주요 AI 모델 성능과 가까운 기술력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딥시크 측은 이번 R1 개발 비용으로 총 560만달러(82억원)를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미국 빅테크들이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통상 1억달러(1450억원)와 비교해보면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않았다.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도 오픈AI 개발인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80여명 수준이다.
딥시크 기업 가치는
그렇다면 딥시크의 기업 가치는 얼마나 될까. 현재 딥시크의 정확한 기업가치는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비상장 주식인데다 설립된지 1년밖에 안된 스타트업 초기 단계라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현재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며 기업 가치가 약 100억 달러(14조54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딥시크가 오픈AI 처럼 성장할 경우 기업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챗GPT개발사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3400억달러(494조16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400억달러 투자금 유치를 앞두고 있는 오픈AI의 기업가치는 3개월 전 평가인 1570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딥시크 쇼크'는 상당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뉴욕 주식 시장은 한때 요동쳤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AI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딥시크는 고성능 GPU를 공급해 온 엔비디아와 차별화를 뒀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에서 비축한 칩과 중국에서 만든 칩을 결합해 이번 AI 모델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딥시크의 R1이 공개됐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시장 가치가 약 6000억달러(871조6800억원) 증발하며 미국 역사상 단일 기업 최대 하루 손실을 기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시장 가치는 3조5000억달러에서 2조9000억달러로 축소됐다. 주가는 하루 동안 17% 급락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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