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5년 살다가 고국 파키스탄으로 이주한 파키스탄 가정에 비극이 벌어졌다. 10대 딸의 틱톡 영상에 불만을 품은 아버지가 딸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명예살인이다.
31일 영국 BBC는 "최근 미국에서 파키스탄으로 가족을 데리고 돌아온 한 남자가 10대 딸의 틱톡 동영상에 불만을 품고 살해한 것을 자백했다고 경찰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안와르 울-하크라는 이 남성은 파키스탄 남서부 도시 퀘타에서 딸 히라를 쏜 것을 인정한 후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자들이 총격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버지는 평소에 딸의 게시물이 "불쾌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경찰은 명예 살인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10대 초반으로 알려진 딸 히라는 옷차림, 생활방식, 모임 등과 관련된 동영상을 틱톡에 올렸는데 가족은 이를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족은 25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고, 히라는 가족이 파키스탄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틱톡에 영상을 올렸다. 경찰은 히라 엄마의 오빠인 외삼촌도 살인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2016년 법 개정에 따라 명예살인으로 판명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소 2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전에는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었다. 법 개정에도 명예살인은 이어져왔다고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BBC는 인권단체를 인용해 매년 파키스탄에서만 수 백여명(대부분 여성)이 소위 명예살인으로 사망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탈리아 법원은 2023년 결혼을 거부한 18세 딸을 살해한 파키스탄 부부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2016년에는 돌출 행동과 남녀평등을 주장해온 파키스탄 여성 소셜미디어 스타 찬딜 발로치(당시 26)의 오빠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 당국은 2019년 오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부모가 탄원하면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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