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AI 괴물' 딥시크(DeepSeek)의 탄생은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술적 한계 속에서도 자원 집약과 효율적 배분을 통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딥시크의 가성비 전략은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 전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H800 칩 등 저사양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병렬로 활용해 비용 대비 효율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했다. 기존 AI 모델 개발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달리, 딥시크는 소프트웨어 병렬 연산 최적화 기술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구현하며 주목받는다.
이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구사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中 빅테크, 엔비디아 의존 탈피를 위한 AI 칩 개발 가속
중국 AI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제재, 정부의 집중적 투자,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가격 경쟁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AI 칩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해 왔다.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성능은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하지만, 가격과 물량 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국판 AI 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화웨이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어센드(Ascend) 시리즈는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있다. 또한 7㎚공정 기반의 AI 칩을 자체 개발해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협력해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AI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칩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AI 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이다. 2019년 공개한 ‘한광 800(Hanguang 800)’ 칩은 엔비디아 T4 GPU보다 15배, P4 GPU보다 46배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특히 자사 비주얼 서치 플랫폼 ‘파이리타오(Pailitao)’에 도입한 결과, 하루 10억 개의 상품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5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바이두는 AI 칩 쿤룬(Kunlun) 시리즈를 개발하며 클라우드 및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협력해 14㎚ 기반의 쿤룬 1세대 칩을 양산한 데 이어, 쿤룬2는 연산 성능을 대폭 향상해 AI 트레이닝 및 추론 기능을 강화했다.
2020년 설립된 중국 AI GPU 스타트업 무어스레드(Moore Threads)는 AI 전용 GPU를 개발하며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고 있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CUDA와 호환되는 GPU를 개발해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저사양 GPU 제품의 대체재로 중국 내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 비렌 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 역시 비렌 BR100 GPU를 개발해 엔비디아 A100과 경쟁하는 AI 칩을 선보였다.
D램·파운드리 기술력 강화…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
중국의 대표적인 D램 제조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0년 월 4만 장 규모였던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4년 월 16만 장으로 4배 확대됐으며, 이는 글로벌 D램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올해는 생산능력을 월 30만 장으로 추가 확대할 계획이며, DDR5 D램 양산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SMIC는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 AI 반도체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의 AI 칩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28㎚ 이상의 공정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7㎚ 공정 기술 개발에도 성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SMIC의 고객사로는 화웨이, 퀄컴, 브로드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이 있으며, 2023년 기준 전체 매출 중 중국 내수 시장 비중은 약 74%에 달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과거에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을 우회했지만, 이제는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통해 직접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AI 반도체 산업은 독립적 공급망 구축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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