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을 훼손해 논란이 된 KBS2 새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분을 폐기하기로 했다.
KBS는 안동시청·국가유산청 측의 요청에 따라 이 드라마의 병산서원 촬영 분량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둥에 못을 박은 만대루 장면을 비롯해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촬영된 모든 영상을 뺄 예정이다. KBS 측은 "드라마 방영 시 별도의 사과문을 올리겠다"며 "앞으로 드라마 촬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30일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촬영하다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10여 곳에 못을 박았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중 만대루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소박하고 절제된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이다.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근거로 KBS를 고발했다.
당시 KBS 측은 "다만 "소품 설치에 대해 병산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님께 검토를 받았고, 별유사님 입회하에 촬영했다"면서도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문화재와 사적지, 유적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때 자문하거나 전문가 입회하에 촬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드라마는 여대생 영혼이 깃든 소설 속 병풍 단역 차선책(서현)이 주인공 경성군(옥택연)과 하룻밤을 보내며 펼치는 로맨스 판타지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2023)를 공동연출한 이웅희 PD와 '오! 영심이'(2023) 전선영 작가가 만든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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