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네이도 현상, LA 산불서 포착
대기 뜨거워져 거센 소용돌이 만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진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엔 거센 '불 소용돌이'가 포착돼 현지 주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웨더 등은 LA 서부 해변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일명 '불 소용돌이(파이어네이도·Firenado)'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팰리세이즈는 이번 산불이 발생한 지역 중 가장 피해가 큰 곳으로, 진화율은 14% 수준에 불과해 매우 빠르게 퍼지고 있다.
파이어네이도는 불(Fire)과 토네이도(Tornado)를 합친 말로, 거센 바람에 휩쓸린 불씨가 하늘로 치솟으며 마치 불기둥 같은 형태를 자아내 붙은 말이다. 기상학자 다니 루베르티는 방송에 "파이어네이도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극단적으로 큰 화재가 일어났을 때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루베르티에 따르면 큰 화재로 기온이 뜨거워지면, 상승 기류로 인해 대기와 가스가 위로 치솟으면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때 불, 연기, 잔해 등이 함께 빨려 들어가 마치 소용돌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파이어네이도의 파괴력은 절멸적이다. 미 산림청 자료를 보면 파이어네이도는 EF-2 등급 토네이도(시간당 풍속 217㎞)의 풍속을 지닌다. 나무가 뽑히거나 주택의 지붕이 날아가고, 차량이 전복되는 수준의 바람이다. 이미 산불로 초토화된 서부 해안 지역에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파이어네이도 현상은 과거에도 포착된 바 있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도시에 화재가 발생하자 파이어네이도가 일었는데, 약 15분 만에 3만8000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한편 캘리포니아 서부를 태우고 있는 산불은 14일 기준 진화율 14~30%대 안팎을 보이고 있다. 산발적으로 발생한 불은 대부분 잡혔지만, 산불의 시작점이자 가장 거대한 불씨가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 이튼 산불은 여전히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미 국립기상청은 15일까지 돌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풍속은 시간당 80㎞에 달하고, 산간 지역에선 1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바람에 실린 불씨가 건조한 대기와 수풀에 옮겨붙으면 화재는 더욱 악화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 리치 톰슨 미 기상청 분석가는 "14일이 최대 고비다. 가장 위험한 화재 기상 조건이 된다"고 경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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