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지켜본 CES 2025 관전평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를 현장에서 둘러본 학계, 연구계,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회가 기술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일상과 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가 왔음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13일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AI정책전략대학원장은 "자율주행차, AI 기반 가전, 그리고 인공지능이 중심이 된 산업 혁신을 통해 기술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일상과 사회를 바꾸는 '전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보여줬으며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혁신할지, 그리고 기업과 사회가 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CES 2025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향연이었다고 지목했다. 김 원장은 "자율주행차가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기술'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가 라이다 없는 자율주행을 강조하는 반면, 많은 경쟁사가 정교한 라이다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택하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특히 아마존 AWS의 클라우드 AI 자율주행 솔루션이 공식적으로 전시되며, 클라우드와 AI가 어떻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을지 보여줬다고 했다. 웨이모, 모빌아이, 현대모비스, LG이노텍 등의 전시 부스는 이 분야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협업 가능성을 잘 드러냈다고 했다.
김 원장은 AI 가전 분야에서는 삼성과 LG가 2024년 IFA에서 보여준 전시내용을 완전히 업그레이드하여 더욱 강력한 AI 기반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체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제품 다양성에서는 삼성과 LG에 근접했지만, AI 연결성과 통합성에서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 선언과 롯데그룹의 엔터테인먼트 AI 전략은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정신을 보여줬으며,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CES 2025가 인공지능(AI)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오 원장은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미국의 견제로 줄었지만, 물량 측면에서 여전한 강세였고, 중국 기술이 이제는 '가격경쟁력'을 넘어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AI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바꾼 SK와 LG, 그리고 중견기업 대동이 돋보였다고 했다. 오 원장은 "농기계 기업인 대동이 AI 에이전트를 접목한 미래형 트랙터 등으로 놀라운 변신을 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대표 로봇 전문가인 오 원장은 이번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물리적 AI 거론으로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은 기대만큼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하드웨어 기계 중심의 휴머노이드와 단순한 서비스가 AI와 로봇의 융합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CES 2025에서 엔비디아가 선보인 손바닥 크기의 개인용 AI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를 최고의 뉴스로 꼽았다. 이 교수는 "2025년부터는 개인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챗GPT 3.5 수준의 AI 모델을 자유자재로 파인튜닝하면서 나만의 강력한 AI를 만들 수 있다"면서 "헨리 포드가 나만의 자동차 T-모델을 출시하고, 스티브 잡스가 나만의 컴퓨터 애플 II와 나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한 것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며 인류 최초의 나만의 AI 컴퓨터 출시 사건"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국장은 "전 세계가 AI 세상에 푹 빠져들었던(Dive in) 시간이었다"며 "젠슨 황이 피지컬 AI를 말했는데, AI가 클라우드에서 내려와서 디바이스, 휴머노이드 로봇 등 물리적 실체에 탑재된 AI를 향한 발전이 두드러져 보였다"고 했다.
CES 2025가 제시한 방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원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도 기술 개발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합하는 사회적 가치 전환(SVX) 중심의 혁신 전략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혁신 사고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AI 시대의 선도 국가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원장은 "전 세계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AI 기술들을 쏟아낸 박람회였고, 현장 열기 또한 매우 뜨거웠지만, 이 많은 AI 기술 중에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한 '진짜 돈을 버는' 기술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 원장은 전시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기술이어도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기술의 가치는 절대 높게 평가될 수 없다고 했다.
전 국장은 "더 넓어지고 깊이를 더해가는 시장에서 우리 기업, 인재들의 앞선 실력과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도 글로벌을 향한 도전, 혁신적 기술사업화에 대한 지원 노력을 배가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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