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 전 임직원 檢 공소장 보니
“전무님 덕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분양대행업체 대표가 자산신탁회사 임원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그 뒤 전개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였다. 처음엔 500만원, 그다음엔 ‘0’이 하나 더 붙은 5000만원이 임원의 계좌로 송금됐다. ‘누가 겁도 없이 뒷돈을 계좌로 주고받을까’ 싶지만, 그런 일이 실제 있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결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가 분양대행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일감을 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한 전직 한국자산신탁 전무 백모씨의 공소장에 나온 내용이다.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백씨와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씨는 자산신탁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씨가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하자 백씨는 즉각 자신의 통장 계좌 번호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고 한다. 2020년 1월17일과 이듬해 4월19일 둘의 이 같은 ‘은밀한 만남’이 있었고 모두 5500만원을 주고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두 번째 만남 때는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씨가 "지난번 알려주신 계좌로 보내드릴게요"라고 했다고 한다. 뒷돈을 준 대가로 김씨가 받은 이득은 제주와 인천 소재 오피스텔 사업 분양대행권이었고, 수수료는 각각 22억920만원, 55억5935만원, 86억5648만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무 백씨뿐이 아니었다. 백씨와 같은 신탁사업부문 소속 부장 안모씨와 차장 윤모씨의 경우에도 같은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각각 7920만원씩을 받았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밝혔다. 2022년 2월께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사무실에서 "제주 현장에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해줘서 고맙다.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은 차장 윤씨가 상사인 안씨에게 이를 전달했고, 두 사람이 ‘사이좋게’ 돈을 반씩 나눠받기로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얼마 뒤에도 또 수천만 원씩을 더 받았다고 공소장은 밝혔다.
이처럼 대담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금품수수는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정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부동산개발업계 한 인사는 “신탁사 임직원들의 위법·탈법 등 일탈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3월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테마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발해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안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한국자산신탁을 압수수색했고, 백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이 받은 돈은 모두 3억2000만원에 달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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