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편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토주권을 강조하며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고,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미국이 지녔던 영토 패권의 꿈을 상기시켰다며 옹호했다.
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에 대해 "국경 불가침 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이것이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자 우리가 서구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역설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아침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장관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국제사회가 강자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동의하며 자강론을 강조했다.
이러한 유럽 주요국의 우려는 트럼프 당선인이 드러낸 영토 확장 야욕에 따른 것이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무력 사용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만약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독립과 미국 편입을 결정했는데 덴마크가 이를 방해한다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됐다.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및 파나마 운하 관련 주장을 '먼로 독트린'에 빗댄 '트럼프 독트린'으로 표현한 보수 성향 매체 뉴욕포스트의 1면을 공유하며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답지 않다"고 말했다.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 독트린은 유럽 등 외부세력의 영토 간섭을 배격한 미국의 미주 대륙 패권을 내용으로 한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야욕이 미국의 전성기를 이끈 영토 패권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두둔한 셈이다.
야당에서는 비판이 쇄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대선이 그린란드를 침공하거나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으로 바꾸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미국의 중산층이 줄어들고 생활비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역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현실성 없는 계획에 시간 낭비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발언을 두고 발생한 파열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분열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의 극우 정당을 지지하면서 주요국 정상 및 주류 정치권과 마찰을 빚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EU는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사실상 회피한 상태다.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극도로 가정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우크라이나 상황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그린란드에도 EU 리스본 조약 42조 7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상호방위조약'으로 불리는 해당 조항은 한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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