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추모의 계단'에 유가족 포스트잇
뒤늦은 진심부터 애절한 그리움까지
"어머니, 천국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 이제 고3이다. 철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공항청사 계단에는 유가족들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유가족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메시지를 본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손바닥 남짓한 포스트잇 종이에도 유가족의 그리움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유가족은 동생에게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라는 뒤늦은 진심을 눌러 담았다. 그 옆에는 '여보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아들로 보이는 한 유족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한 글자 한 글자에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어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로 끝을 맺었다. 그 옆에는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는 손편지도 있었다.
시민들의 위로 메시지도 가득했다. 계단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등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 같은 무안공항의 '추모의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고 큰 슬픔을 겪었던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세우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이 대표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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