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 13일 만에 변호인단을 선임하며 탄핵심판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그간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법적 대응으로 전환하는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27일 오후 2시 2분,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 준비기일이 열렸다. 정영식 이미선 재판관이 주관한 이날 재판에는 국회 측에서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대리인단 공동대표 김희수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재판은 윤 대통령 측의 참석이 다소 지연되어 오후 2시 4분경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 측, 27일 변호인단 전격 공개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전격 공개했다. 변호인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헌재 공보관을 지낸 배보윤 변호사가 포함됐다. 또한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장과 대구고검장을 역임한 윤갑근 변호사도 합류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최근 라임자산운용 관련 로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으며,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력이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판사 출신인 배진한 변호사도 뒤늦게 합류했다. 특히 윤갑근 변호사는 평소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공보를 맡아 언론 대응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 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은?
윤 대통령이 침묵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응으로 전략을 바꾼 데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첫째, 계속된 시간 끌기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둘째, 보수층 내부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야당의 탄핵 공세가 이어지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국회에서 통과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방어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 전략과 공수처 수사 대응
윤 대통령 측의 변호 전략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그 윤곽이 드러났다. 당시 담화는 사실상의 변론요지서로 평가받았는데, 윤 대통령은 계엄 검토가 과거의 계엄과는 달리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비상조치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내란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으며,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이나 외교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다른 접근을 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이 재판관들과 국민에게 설명된 후에 수사기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이며, 최근에는 성탄절을 맞아 관저에서 예배를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현 정국을 고려해 관저에서 10명 안팎의 인원과 함께 예배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서울 소재 한 교회 목사가 예배를 주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
윤 대통령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최대한 외부 접촉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변호인단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통령실도 대통령의 행보나 소통과 관련된 정보를 극도로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상당한 혼란에 직면해 있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무정지 되면서 최상목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로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또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혀나갈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제시될 윤 대통령 측의 법리 해석과 방어 논리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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