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신장 주변 지방 추출해 기초제품으로 사용
전문가 "여드름·피부자극 일으킬 수 있어"
최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소고기 기름을 얼굴에 바르는 것으로 탁월한 보습 효과를 경험했다고 알리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이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틱톡 등에서 '비프 탤로우(beef tallow)'를 검색하면 소고기에서 기름을 분리해 피부에 바르는 크림을 만들고, 이를 얼굴에 발라 효과를 봤다는 내용의 영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프 탤로우는 소고기에서 지방을 추출해 액체로 만든 것이다. 이는 보통 요리할 때 쓰는 소기름, 즉 우지(牛脂)를 지칭하지만, 화장품으로서는 소 신장 주변의 지방을 뜻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힐스데일에 사는 28세 여성 그린은 비프 탤로우가 "명품 화장품보다 저렴한 기적의 천연 피부관리 제품"이라고 소개한 SNS 영상을 접한 다음 그동안 구입했던 비싼 화장품을 더는 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신 그린은 매주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소고기를 산다. 그는 구입한 소고기를 끓는 물에 조리해 지방을 떼어낸 다음 에센셜 오일 등을 첨가 후 저어 크림을 만드는 과정을 자신의 SNS에 영상으로 공유한다. 그린은 자신이 만든 비프 탤로우 크림이 '마법의 약'이라며 벌레 물린 곳, 발진, 화상 등 각종 피부 증상에 활용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뉴욕주 맨해튼에 사는 24세 여성 모건 헬름은 팟캐스트에서 비프 탤로우 크림을 처음 알게 돼 구입한 뒤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그는 이제 얼굴 보습 제품으로 비프 탤로우 제품만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고기 냄새가 약간 나는 건 빛나는 얼굴을 갖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유행에 편승해 화장품 업계도 비프 탤로우를 활용한 기초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NYT는 미국 육우 농장이 소를 도축한 후 폐기 처분하던 신장 부위 지방을 추출해 병에 담아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피부관리 제품 대신 비프 탤로우를 얼굴에 바르는 것에 주의를 당부했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인 자키아 라만 박사는 "얼굴용 크림은 올레산, 즉 단일 불포화 지방산보다 다중 불포화 지방산인 리놀레산의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쇠고기 지방은 그 반대"라며 "비프 탤로우는 올레산이 47%인 반면 리놀레산은 겨우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프 탤로우 크림이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대 랭콘 헬스센터 피부과 부교수인 메리 L 스티븐슨 박사 또한 "비프 탤로우에 대한 데이터는 거의 없고 다른 대안은 너무 많다"며 "일반적으로 얼굴에 바르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특히 환자의 경우엔 더욱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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