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시청 집무실 출근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성명 발표... 이어 서울시 고위 간부들과 함께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 등 발빠른 대처와 서울 영등포구, 종로구 등 시위 현장 쓰레기 등 대처 능력 평가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날 밤 뉴스를 본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국회 앞만큼 긴박하게 돌아간 곳이 또 있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청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시청 집무실에 출근해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서울시 고위 간부들과 함께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오세훈 시장은 “이제 시급한 일은 사회·경제적 안정”이라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0일 주요 경제기관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 해외 투자자 신뢰 회복, 소상공인 전폭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논의하며, 경제 회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12일에는 자치구 구청장들과 함께 비상경제 회의를 개최, 각 자치구 실정에 맞는 민생 경제와 물가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13일에는 외국계 금융·투자기업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며 중앙정부 공백 메우기에 안간힘을 썼다.
14일 탄핵소추안 표결 날에는 수많은 인파가 여의도와 광화문에 모였다. 서울시는 경찰·소방,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영등포구, 종로구와 함께 시민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먼저, 서울시는 경찰 ·소방 당국과 협력해 1000명 이상의 현장관리 요원을 배치했다. 또 교통 ·방범용 CCTV를 활용해 인파 밀집도를 파악, 모바일 상황실을 운영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공유했다. 재난안전상황실도 운영했다. 화장실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의도와 광화문에 긴급하게 임시 화장실을 설치했다. 통신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사 협조를 구해 임시기지국도 추가로 설치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영등포구는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안전, 청소, 불법 노점, 의료지원 등 상황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특히, 개방 화장실이 5곳에 불과했던 여의도 국회 앞 일대는 구청 직원들이 인근 민간 건물 40여 곳을 직접 찾아가 화장실 개방을 요청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집회가 끝나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환경미화원들이 국회 앞 대로변을 밤을 새워 청소했다.
이런 서울시와 자치구 직원들의 노고와 공조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집회가 마무리됐다. 중앙정치가 흔들리고 혼탁해도, 지방정부는 시민의 안전, 민생 등 일상을 지키는 방파제로서 굳건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정치의 공백을 지방정부가 성공적으로 메운 대표적인 국가가 있다. 유럽의 선진국인 벨기에다. 벨기에는 3개의 언어권, 복잡한 정치구조로 두 번에 걸쳐 3년간 정부 내각이 꾸려지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제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고,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했다.
이 배경에는 중앙정부의 공백을 메웠던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운영이 있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내각이 수시로 해산되고, 총리가 자주 교체되는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엔/달러 환율과 니케이 지수는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특히 2020년 12월 기준, 일본 기초자치단체장의 99%가 무소속이고, 기초의회 의원의 약 70%가 무소속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정당 중심의 대의 민주주의가 대세인 오늘날에도, 풀뿌리 지방자치는 중앙정치가 꼭 관여하지 않아도 주민 스스로 생활자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모두는 3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힘을 보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지방정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중앙정치는 치열한 국제사회의 경쟁 속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한 대외적·거시 경제적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주민의 삶의 현장을 지키고 지역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며,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생활 자치에 집중해야 한다.
이 같은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될 때 비로소 명실상부한 참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선진국이 될 것이다.
위기가 있을 때 성숙하듯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정한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때로는 휘청거리고, 무릎걸음이었지만, 우리의 역사는 항상 발전했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도 그러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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