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하락 전망에 중개사무실 문의 발길 ‘뚝’
높은 주택보급률·아파트 비율도 주요 원인
한은 광주전남본부 “주택 매수 심리 위축”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시국에 누가 집을 사겠어요.”
26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모 대표는 취재진에게 빛바랜 부동산 거래 장부를 내밀었다. 그가 건넨 장부에는 이번 달 전·월세 계약 연장 5건이 전부였다.
같은 동네에서만 20년 넘게 중개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그는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 이번 달 뿐만 아니라 올해 통틀어도 매매 계약 건은 겨우 두자리를 넘는다. 가끔 전·월세를 문의하는 손님들도 점차 발길이 끊겼다”며 “하루하루가 비상계엄이다”고 토로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놓인 상황은 비슷했다. 찾은 곳 대부분은 손님 없이 한산했다. 이들 의견을 모아보면 “매매 문의가 있다가도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며 “(12·3 비상계엄 이후) 정부 부동산 대책도 사실상 멈춘데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최근 광주지역 주택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부진 요인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광주지역은 주택 매매·전세 가격은 물론 거래량도 줄어든데다 미분양 주택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주택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우세한 점이 수요 측면에서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광주지역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높아지면서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 같은 시기에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높은 수준의 주택보급률과 아파트 비율 등도 원인으로 제기됐다. 주택 보급률은 일반 가구 수에 대한 주택 수의 비율을 뜻하는데, 지역 주택 공급을 알 수 있는 척도다. 광주 주택보급률은 105.2%(2022년)로 6개 광역시 중 두 번째,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81.5%(2023년)로 6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이 외 공급 측면에서 지역 건설사 분양 지속 및 민간공원 개발, 지역 건설시장 규모 대비 많은 건설업체 수, 주택경기 하강 및 주택공급의 높은 경기민감도 등도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급불균형이 완화돼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도 구조적 요인은 당장 개선되기 어렵다고 봤다.
주문석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과장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경영개선이 어려운 건설사에 대한 업종전환 지원 검토, 사업성은 양호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건설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등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 변동에 따른 주거 수요변화에 맞는 주택공급 형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와 같은 중대형 아파트 중심에서 소형 아파트나 비아파트 주택 공급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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