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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 트래블]100년의 시간을 걷다...인천 동구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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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여행지, 인천 동구
헌책방골목·전통주 체험·노을 산책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감성 가득 도심 여행

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12월의 어느 날, 인천 동구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수인분당선을 타고 1시간여를 달리자 동인천역에 도착했다. 개항과 함께 성장한 이곳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이야기들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었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한 책방 앞 풍경. [사진제공 = 인천 동구청]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한 책방 앞 풍경. [사진제공 = 인천 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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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첫 목적지인 배다리 문화거리에 도착했다. 1883년 개항 이후 형성된 이곳은 과거 쌀을 실어 나르던 부두가 있어 '배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근대 건물들 사이로 카페와 공방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오래된 건물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새롭게 단장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tvN 드라마 '도깨비' 6화에서 공유와 김고은이 함께 걷는 장면에 등장한 배다리 헌책방거리. [사진 = tvN]

tvN 드라마 '도깨비' 6화에서 공유와 김고은이 함께 걷는 장면에 등장한 배다리 헌책방거리.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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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형성된 헌책방거리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십여 개의 헌책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발길 이끌리는 대로 들어선 어느 책방 사장님 추천으로 김춘수 시인의 오래된 시집 한 권을 구입했다. 언뜻 지나가면 그저 옛 풍경을 간직한 곳 같지만, 그 자연스러운 시절의 장면 때문일까. 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도깨비'의 책방 씬이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헌책방 골목을 지나자 청년들이 운영하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눈에 띄었다. '청년이음 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선 이 카페들은 옛 건물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구입한 시집을 읽으며 보낸 오전 시간은 특별했다.

배다리 문화거리에 자리잡은 '배다리옛손만두'의 만두전골. [사진 = 김희윤 기자]

배다리 문화거리에 자리잡은 '배다리옛손만두'의 만두전골.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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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자연스럽게 배다리 문화거리에 자리 잡은 '배다리옛손만두'로 향했다. 정성 들여 빚은 수제 만두에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깔끔한 육수가 혀끝에 맴돌았다. 고기만두는 다양한 채소가 고기와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내고, 김치만두는 칼칼하면서도 강렬한 맵기를 자랑했는데 은근하게 손이 계속 가는 맛이었다. 이곳 '배다리옛손만두' 가게는 배다리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마을 주민이 한데 모여 전통 음식을 만들고, 특히 노인 일자리 창출에 힘쓰며 지역 관광을 위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역시, 어르신의 손맛이라 그런지 깊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날 수 있었구나 싶었다.

전통주 제조기업 꿀주당 나윤경 대표. 꿀주당에서는 전통주 및 발효음식 체험학교를 운영한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전통주 제조기업 꿀주당 나윤경 대표. 꿀주당에서는 전통주 및 발효음식 체험학교를 운영한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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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전통주 문화공간 '꿀주당'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2시간 코스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윤경 대표의 설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걸리 만들기가 시작됐다. 미리 준비된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으깨고 물과 섞는 과정에서 퍼지는 발효의 향이 인상적이었다. "4주 후면 직접 만드신 막걸리를 맛보실 수 있어요"라는 말에 벌써 기대가 앞서기 시작했다. 체험을 마친 후에는 이곳에서 직접 빚은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해볼 수 있었는데, 세 번 거른 옛 고급술을 한 모금 들이키자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듯 향과 맛이 코와 혀, 눈과 뇌를 사로잡았다.

꿀주당에서 운영하는 전통주 빚기 체험장. 현장에서 바로 막걸리를 빚고,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꿀주당에서 운영하는 전통주 빚기 체험장. 현장에서 바로 막걸리를 빚고,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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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조들은 발효시킨 후 거르지 않은 술은 '배'(?), 두 번 거른 술은 '발'(醱), 세 번 거른 술은 '주'(酎), 1차 발효 후의 밑술이나 탁주는 '료'(?), 한번 빚은 술을 다시 사용해 빚은 술은 '두'(?), 술을 담그는 것은 '양'(釀)이라 구분했다. 세 번 걸러 담은 술은 그 중 최고급 술로 '춘(春)'을 붙였는데 두 번 빚은 이양주와 비교했을 때 그 맛은 더 깊어지고 향은 독보적이며, 빛깔은 오히려 맑은 것이 특징이다.


나 대표는 이 지역의 자체 막걸리를 개발, '금창막걸리'를 선보이며 이곳 양조장을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자신이 대표보다 '술작가'로 기억되길 바랐는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처럼 술을 빚어내는 그 손길에 동구의 향과 맛, 숨은 매력이 오롯이 담겨 함께 익어가고 있었다.

만석화수부두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낙조. [사진 = 김희윤 기자]

만석화수부두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낙조.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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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어갈 무렵, 만석 화수부두 해안산책로를 찾았다. 이곳은 최근 정비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곳으로, 1.5km에 달하는 산책로를 따라 인천항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컨테이너선들이 오가는 항구의 풍경, 멀리 보이는 영종대교, 그리고 붉게 물든 노을까지, 카메라에 담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산책 중 인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산책로 인근의 화도진공원도 잠시 들러볼 만 하다. 조선시대 수군 진영이었던 이곳 화도진 동헌에서는 마침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차 한 잔과 함께 오후의 피로를 씻고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조선시대 수군진영이었던 화도진공원. [사진 = 김희윤 기자]

조선시대 수군진영이었던 화도진공원.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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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동구가 지닌 매력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대의 흔적과 현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고,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더해지면서 이곳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직접 체험하고 걸으면서 발견한 작은 재미들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1시간 남짓, 당일치기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주말이라면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도시재생으로 탄생한 카페거리부터 백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골목길까지, 인천 동구는 분명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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