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4구역의 수주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용산구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어필하기 위해 홍보관을 각각 마련했는데, 이를 하나로 줄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구청으로 다수의 개별 홍보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합동점검반을 꾸려 점검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최근 한남4구역 조합에 공문을 보내 시공사가 개별 마련한 홍보관을 1개로 줄여 공동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개별 홍보관은 시공사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민원이 다수 접수돼 규정을 제정한 서울시에 관련 질의를 했는데 공동 홍보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통해 시공사가 조합이 제공하는 개방된 형태의 홍보공간 1개소를 제외하고는 홍보관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도한 홍보와 이로 인한 불공정한 수주를 막기 위해서다. 한남4구역도 이를 반영해 시공사 선정 지침을 마련했다.
당초 24일부터 삼성물산은 이태원 초입에 있는 명보빌딩에, 현대건설은 구(舊) 크라운호텔 부지에 홍보관을 마련해 조합원 대상 홍보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용산구청이 제동을 걸면서 두 건설사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개별 홍보관을 운영할 경우 개별홍보에 해당되고, 이는 입찰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시공사 선정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입찰보증금 500억원이 조합에 귀속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한남4구역 조합도 난감해졌다. 조합은 인근 용산구 남영2구역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개별 홍보관을 운영한 사실 등을 참고해 시공사에 개별 홍보관 마련이 가능하다고 안내해왔다. 조합은 법률 자문 결과 개별 홍보관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 용산구청의 요청과 별개로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병진 조합장은 "각오하고 일단 우리길을 가겠다"며 "용산구청에서 너무 촉박하게 말했고, 조합에서는 이제 와서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강행하겠다고 하면 구청에서는 강제할 수 없는 방법이 없다. 용산구청이 입찰 무효 판단을 내려도, 시공사 선정 자격 박탈 여부는 조합이 대의원회를 열어 결정하도록 돼 있어서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경쟁입찰을 원하고 있어 어떻게든 두 건설사 모두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대의원회를 열어도 (시공사 선정 박탈) 통과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산구청과 조합이 마찰을 빚으면서 인허가 등 추후 다른 방향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구청은 시공사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최근 다시 개별 홍보 관련 민원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동점검반을 꾸려서 점검할지, 관련 위원회를 열어서 심의할지 처리방안을 검토 중이다. 꾸준히 제보나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좀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남4구역은 이날 오후 1차 시공사 합동 홍보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선정 일정에 들어간다. 총 4번의 설명회를 가진 뒤 내년 1월18일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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