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기 '산타랠리' 사라져
미국발 금리 불확실까지 덮쳐
금융당국 적극적 방안 모색을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런 시기다. 증시에도 산타가 찾아온다. '산타랠리'다. 연말 증시 상승세를 가리켜 이렇게 부른다.
올해 국내 증시에는 산타가 오지 않았다. 연말 폐장까지 5거래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산타가 올 것이란 기대는 부질없어 보인다. 어느 해나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올해는 유독 불확실성이 많았고 증시에 가해진 충격도 컸다.
연초 2700선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현재 2400선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6개월 연속 하락이 거의 굳어진 모습이다. 국내 증시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2000년 IT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뿐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 7~11월 이후 가장 긴 하락 국면이다. 코스피가 가장 장기간 하락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6~12월 7개월이다. 앞서 장기간 하락세를 보였을 때는 정말 세계가 들썩일 만큼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임을 알 수 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었고 미국의 금리 경로나 글로벌 경기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기도 했다. 특히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사태는 산타의 방문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했다. 탄핵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나 싶더니 뒤이어 미국발 금리 우려가 다시 증시 상승을 가로막았다. 한 증권사에서는 연말 증시가 악재가 밀집한 구간을 지나고 있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산타가 오는 대신 악재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이다.
2400선이 위태롭던 코스피는 23일 19.21포인트(0.80%) 오른 2423.36 포인트로 개장해 코스닥과 더불어 강세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선 아래로 소폭 하락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 각종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위기에서 증시를 살릴 구원투수는 부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당시 대거 국내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위기 타개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는 하나둘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연초 약세를 거듭하던 증시를 끌어올렸던 밸류업은 힘을 잃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정책 추진 동력 상실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배당 우수 기업 주주에게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세를 감면하고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되면서 밸류업 세제 인센티브도 무산됐다.
대장주도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주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내년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다시 출렁였고 지난해 증시 상승을 견인하면서 또 다른 대장주로 부상했던 이차전지는 올해 들어 전방수요 부진에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삭감 우려까지 더해지며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그나마 증시가 현재 기댈 곳은 정부가 마련한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정도지만 이 역시 당장 가동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안정화를 위해 증안펀드 카드를 꺼냈다. 다만 당국은 시장이 일단 자율적으로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지켜본 후 패닉 상태가 오거나 할 때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국이 수습되기 전까지 증시의 힘든 시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국내 증시도 지금의 어두운 구간을 잘 버티고 나면 밝은 해가 뜨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하지만 마냥 기다려서만은 안된다. 정부는 증시를 살릴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송화정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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