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의회,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조례' 가결
한정 예산에 기관별 '우선 순위' 대립 우려
"방향성 뒷말 무성"…맞춤형 보장은 '과제'
광주시 남구에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 속 장애인 관련 기관들의 '우선순위'로 인한 다툼도 우려되고 있어 조례의 실효성을 높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0일 광주 남구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 제308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오영순 의원이 발의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정된 이 조례는 장애인 중에서도 고용환경이 취약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개발·창출·지원을 위한 광주시 남구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조례는 ▲조례 목적과 정의 ▲구청장 책무 ▲공공일자리 기본계획 ▲공공일자리 위원회 ▲공공일자리 운영 및 지원 사업 대상 ▲교육연계 지원과 관계기관·단체와의 협력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는 김미경 전남도의원(정의·비례) 등 타 지자체에서도 지속해서 추진됐으나, 일자리 창출 등으로 사업 예산이 부담되면서 집행부와의 조율 등으로 인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조례를 통한 구체적 지원 방향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장애인 관련 기관 간의 다툼이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는 해당 조례 입법예고에 대해 환영 입장과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광주 장차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기관의 일자리 치중 우려', '조례의 전국적 확산', '의회에 원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시 남구장애인복지관 측은 제정 '촉구' 등의 언어는 의원 간 정치적 구도로 인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조례안이 부결될 수 있다며 기자회견문 일부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지원 방향성에 따른 뒷말도 무성히 나오고 있다. 우선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를 살펴보면 맞춤형 일자리 직무에 '문화예술'이 포함됐는데, 남구장애인복지관은 예술단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실제 남구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광주시 남구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에 근거해 복지관 소속 예술단(합창단, 오케스트라, 미술, 문화)에 2억2,790만원을 운영 예산으로 지원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300만원 2021년 3,000만원, 2022년 5,450만원, 2023년 6,520만원, 2024년 6,520만원 등이다.
광주 장차연 관계자는 "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고, 환영할만한 일이다"며 "다만,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도 전체적인 일자리 마련이 어려워 우선순위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예술단이 있는 복지관에 사업이 치중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례 제정을 위해 진행됐던 정책간담회에서도 일부 기관만 참여해 광주 남구의 전체적인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조례에 따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장애인 단체 전체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구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중 첫 시행이다 보니 별도로 세워진 계획은 아직 없다"며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 지금보다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을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영순 남구의원은 "해당 조례로 인해 중증장애인 누구든 직업을 가질 권리가 생겨야 하고, 각 기관 간 대립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광주시 남구를 시작으로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해당 조례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남구에서도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예산도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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