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3선·4선 각각 회동
투톱 체제에는 의견 일치
3선들만 후보군 2명 압축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 사퇴 닷새가 지났지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선수별로 모임을 가졌지만, 비대위원장·원내대표 투톱 체제에 대한 의견만 일치했을 뿐 특정 인물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엄 해제 요구안·2차 탄핵소추안 표결 등으로 촉발한 내홍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재선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40분여간 2차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했다. 재선 의원들은 전날 1차 회동에서 뚜렷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쇄신과 통합 같은 조건 정도만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재선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의원회관에서 논의를 한 결과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투톱체제 정도로만 합의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맡는 원톱 체제 부상론이 일긴 했지만, 시국의 엄중함과 업무 과중을 고려하면 투톱체제가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엄태영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원내냐, 원외냐'. '통합 인물이냐, 개헌이나 정치개혁이냐' 등은 권 대행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3선 의원들도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후보군을 논의했지만 특정한 인물 1명을 고르지 못하고 당내 다선 의원 중 2명으로 압축해 권 대행에게 전할 예정이다. 김석기 의원은 3선 의원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당 내부 인사가 맡는 게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혼자서 할 경우 업무 과부하에 걸리고, 비대위원장 역할이 많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원내대표) 투톱으로 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당내 다선 의원 중 두 사람 정도로 압축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선 의원들도 이날 경험이 많은 원내 인사가 투톱체제로 당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박대출 의원은 "구체적인 인물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저희가 인물 논의는 오늘 나오지 않았다"며 "저희가 말한 것에서 적임자를 원내대표가 추천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 수습 급한 가운데 계엄 해제 동의안 표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둘러싸고 내홍이 여전한 모양새다. 계엄선포 및 해제 요구안 표결 당시인 지난 3~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눈 단체 대화방 내용이 유출·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색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차 탄핵소추안 표결(14일) 이후 의원총회 상황 녹취 음성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한 전 대표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막말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계엄 해제 요구 안, 1·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모두 참석했던 김상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왜 한 전 대표가 보수의 배신자가 되어야 하고 물병 공격을 받고 욕설을 들어야 하는가. 한 대표가 잘못한 것이라곤 계엄을 해제하는 데 앞장섰고, 탄핵을 찬성하는데 앞장섰다는데 그게 과연 배신인가"라며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색출한다', '반란을 찾아내자'고 한다. 아주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우리 당내에서 이런 논의가 있다는 것 자체를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비상계엄 사태 때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당사로 복귀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 의원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부랴부랴 국회 경내로 들어오려고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 국회가 모두 포위됐다"며 "일부 의원은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가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당사로 복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재섭 의원은 국회 담벼락을 넘다가 피딱지가 질 정도로 무릎이 까졌다. 민주당 의원 170명 정도가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며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건가? 전쟁이 나거나 이번 계엄 같은 유사 사태가 벌어질 때 국회에 갈 용기 정도는 있어야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번 비대위원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당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역 의원들만 비대위원장 인선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당은 의원들만의 당이 아니다. 원외 당협 위원장의 의견도 당연히 들어야 하고 당원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작년 12월 18일에도 비대위원장 인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국회에서 개최한 바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권 대행은 하루속히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지도체제를 마련하는 논의의 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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