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정부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한 초당적 임시예산안(CR) 합의에 반대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가리켜 "일론 머스크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인 샌더스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부 예산안에 관한 초당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수개월간 협상했다"며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일론 머스크 대통령'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이 그의 뜻에 따를까" 반문하며 "억만장자들이 우리 정부를 운영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는 내년 3월 14일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임시예산안에 합의했다. 통상 의회는 차기 회계연도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 법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수개월짜리 임시예산안을 편성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임시예산안이 오는 20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자칫 내년 1월 차기 행정부 출범 전 셧다운 가능성이 우려돼온 상황이었다.
현지에서는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에 대한 공격이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머스크 CEO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민주당 소속인 맥스웰 프로스트 의원은 "공화당의 비선출 공동 대통령 일론 머스크"라며 "그가 한 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몇 개 올리는 것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앤디 바 하원의원 역시 일간 가디언에 머스크 CEO가 임시예산안을 비판하기 시작한 후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우리를 뽑아준 사람들은 머스크의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머스크 CEO는 전날 임시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정부 조직 축소와 예산 삭감을 주도하게 된 그는 엑스에서 "이 법안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다음엔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이날 NBC뉴스 인터뷰에서 "임시예산안은 여러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민주당의 덫"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에도 머스크 CEO의 반대 글이 게시된 이후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지 않는 간소화된 지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에 대한 특혜를 배제하고 부채한도 상향을 결합한 임시 예산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이어 '실세' 머스크 CEO, 트럼프 당선인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자, 이번 임시예산안 처리는 한층 불투명해진 상태다. 1547페이지 분량의 임시 예산안은 재난 구호 1000억달러, 농민 지원 100억달러 등의 예산이 추가되면서 전년 규모를 넘어섰다. 의료, 의원 급여 인상, 아이티와의 무역, 드론의 잠재적 위협 등과 관련된 조항들도 포함됐다.
당장 처리 만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운 예산안 도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 임시예산안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정부 셧다운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5주간 미 정부 셧다운이 발생한 적이 있으며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경제적 손실만 약 30억달러로 추산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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