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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지금](17)UTC인베 "시장탓 멈출 때…차별화되는 아이디어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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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스타트업 단계별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
"금리인하만 기다려선 안돼…VC도 차별화 필요"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사업을 할 땐 보통 10년, 짧아도 5~6년의 세월이 필요한데, 이 기간 VC는 스타트업 창업부터 단계별 발전 과정을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UTC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대표는 VC의 본질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는 "UTC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회사의 40%가량이 2회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처음엔 10억원을 투자하고, 다음 라운드에서 20억~30억원으로 증액해 투자한 것"이라며 "전체 투자금 중 '후속 투자' 총액이 약 50%를 차지한다. 3회 투자를 한 경우도 액수로 따지면 전체의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1988년 설립된 UTC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가 820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VC 부문이 70%를 차지한다. 2015년부터 만든 펀드들이 청산되면서 멀티플 약 3배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누적 투자 회사도 220여개를 넘겼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같은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란 문장이 나옵니다. VC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바라볼 땐 반대죠. 회사가 잘 되는 이유는 되게 여러 가지인데, 안 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해요. 오랜 투자 경험을 가진 페이스메이커로서 이 부분만 짚어주고 개선을 유도한다면 회사엔 굉장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UTC인베스트먼트 제공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UTC인베스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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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팀 역량' 주목…신뢰 전제돼야 후속 투자 이어져 "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이다. 20대 때 친구와 회사를 차렸고, 브라우저 안에서 여러 서비스가 구동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시로 각종 프로그램을 깔아야 했던 당시로선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는 "2년 반 정도 친구와 회사를 운영했는데, 대출 및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금융 시장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됐다"며 "사업 모델이 바뀌면서 회사를 나왔고, 이후 투자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그는 2001년 굿모닝증권에 입사하며 투자은행(IB)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경험을 쌓고, 2018년 하나벤처스 초대 대표로 영입됐다. UTC인베스트먼트에 대표로 취임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 과정에선 '팀의 역량'을 주로 살펴본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일에 대한 집중과 몰입, 시장에 대한 이해, 팀 내 갈등 해소 능력, 투자금 사용 경향 등으로 팀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며 "또한 이와 관련한 VC의 조언을 받을 때 얼마나 따라올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를 포함해 최소 팀원 3~4명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잘 되는 상황에선 후속 투자가 무리 없이 이뤄지지만, 관건은 첫 번째 투자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다. 시장 개화 시점 등에 대한 예측이 틀리거나, 코로나19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라며 "팀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면, 다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하는 산업으로는 ▲반도체 ▲라이프스타일 ▲인공지능(AI) 서비스 ▲바이오 등을 꼽았다. 그는 "6년 전 만든 반도체 펀드에서 올해 엑시트(회수) 사례들이 나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기업공개(IPO)를 마친 에이직랜드 아이씨티케이 등이 대표적"이라며 "라이프스타일은 엔터테인먼트, 화장품·뷰티, 식품 등을 포괄한다. 한국형 라이프스타일이 한류와 함께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넓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성형 AI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나 인력확충 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향후 생성형 AI의 핵심 기술보다는 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기회를 찾아 나가는 국내 IT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내년엔 바이오 관련 펀드를 비롯해 블라인드 펀드를 2개 정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바이오는 현재 제일 어려운 시장 중 하나인데, 점차 수익률 측면에서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선 제조업 비중이 계속 높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제약·바이오는 기존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 대상으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VC들, 포트폴리오 차별화 부족해…새로운 사업·아이디어 발굴 나서야"

내년 투자시장 전망에 대해선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진 대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대기업마저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이 기존에 잘하던 산업에서 주춤하고 있다"며 "벤처투자가 확대되려면 정책 자금과 함께 민간에서도 돈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대기업 상황이 악화하는 구간의 초입인 만큼, 개선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강남구 UTC인베스트먼트 사무실 전경. 김대현 기자

서울 강남구 UTC인베스트먼트 사무실 전경.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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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업계의 자체적인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투자 혹한기'라는 말들이 많지만, 2017년부터 5~6년간 비정상적으로 시장이 좋았다. VC와 스타트업 모두 호황기 때의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금리가 떨어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이야기도 더는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 사실 한국에서 3%대 기준금리가 높은 것도 아니며, 과거 수년간 너무 낮았던 것일 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사실 한국의 경제, 창업 생태계 규모와 비교해 VC가 너무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VC들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비슷하다"며 "IPO 직전의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보면 10개 이상의 VC가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VC마다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할 때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시장을 찾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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