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유발해 조회수 쓸어 담는 인플루언서들
욕설 폭격 받지만 수익 천정부지 솟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예능인 '인플루언서'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서구 사회에서는 일명 '레이지베이터(rage baiter)'라는 콘텐츠 제작자가 신종 돈벌이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이들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만 제작한다.
증오는 돈이 된다…분노 유발하고 수익 챙기는 새로운 인플루언서
레이지베이터는 분노(rage)와 미끼(baiter)를 합친 신조어다. 즉, 분노를 미끼 삼아 시청자를 꾀어 내는 인플루언서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동영상과 이미지 스트리밍 플랫폼에 상주하며, 누리꾼의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만 전문적으로 제작해 올린다.
레이지베이터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레이지베이터' 인플루언서 윈타(winta)를 취재한 바 있다. 윈타는 작년 한 해 동안 15만달러의 순익을 거둔 24세 인플루언서다. 그는 일반적인 인플루언서처럼 화장법이나 운동법을 공유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는' 영상을 만든다.
일례로 그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다른 인플루언서를 일부러 '저격'한다. 혹은 일류 패션모델의 삶을 연기하며 자신의 외모와 몸매를 '과시'하기도 한다. 일부러 몰지각한 행동을 하고, 그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찍어 게재해 바이럴 현상도 유도한다.
이런 행동 때문에 누리꾼들은 항상 그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붓지만, 대신 윈타는 수백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챙긴다. 그는 BBC에 "제 영상 중 수백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한 것들은 전부 증오 댓글이 달렸다"라며 사람들이 자신을 '혐오'하기에 수익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분노 일상화된 SNS, 오히려 몰락 자초할 수도
레이지베이터는 언뜻 한국의 이른바 '렉카 유튜버'를 닮은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만한 사건·사고를 이용해 근거 없는 추측, 낭설을 담은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렉카들은 최근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다만 레이지베이터는 렉카들과 달리,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를 수익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NS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면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재력도 날로 불어나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한편, 가짜 뉴스·증오 논란 등 우리 사회의 암적인 측면을 확산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그렇다면 레이지베이터도 서구권을 넘어 전 세계적인 '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까. 일각에선 레이지베이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아리엘 헤이즈 미국 미시간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조교수는 BBC에 "레이지베이터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사람들이 SNS 자체를 떠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는 "언제나 화난 상태로 있는 건 체력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헤이즈 조교수는 "걱정, 불안, 분노로 가득한 뉴스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아예 뉴스 자체를 회피하는 일이 늘어났듯이, 레이지베이터만 있는 SNS는 유저들을 이탈케 할 것"이라며 "분노가 일상화된 환경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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