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맞은 尹, 관저서 직접 변론 의지 다져
배진한 변호사 "변호인단에 참여하지 않을 것"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수사·재판에서 직접 변론에 나설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담화문을 통해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듯이 수사와 탄핵 심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셀프 변론'에 나설 경우 헌정사상 탄핵 심판정에 서는 첫 대통령이 된다.
18일 대통령실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향후 법정에서 소신껏 입장을 밝힐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 변호사는 전날 취재진에 "당연히 변호인들보다 본인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주장, 진술하실 것으로 예상한다"며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계엄 사태 이전 평소 연설문 작성 시, 발표 직전까지 문구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한 윤 대통령은 이번 변론이야말로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혀 내란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탄핵심판 대상이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7회, 17회 열린 헌법재판소 변론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오로지 대리인단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계엄사태 이후 줄곧 대국민 담화와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해왔던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64번째 생일을 한남동 관저에서 맞은 윤 대통령은 비서실 직원들이 마련한 소소한 생일 축하 자리에서 지지자들이 보내준 생일 축하 화환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직접 변론의 의지를 재차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형사법 전문가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는 데다, 헌법의 경우 형사소송 전문가인 검사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분야라 윤 대통령은 일부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은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언급했듯이 셀프 변론을 통해 법리 다툼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의 셀프 변론에는 변호인단을 꾸리기에 난항을 겪는 현 상황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기로 변호인단으로 유력 거론된 배진한 변호사 측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변호인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계엄사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변호인단 참여를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인 한 법조인은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지만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프리미엄아울렛인데 '1만9900원' 티셔츠만 '줍줍'...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