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교육혁신 박람회' 현장 가보니
서책-디지털 발행사 다르면 지문도 달라
'AI 검색' 교과범위 내 단어만 검색 가능
교육부 "충분히 연계 가능, 살펴볼 것"
교사들 "수업 재구성해 활용한 점 편리"
교육부가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교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첫 공개 시연을 했다. 이날 시연 행사에 참석한 교사와 교과서 발행사들은 개발되는 교과서를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나 교육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한편, 정책이 빠르게 추진돼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는 교육부 관계자와 디지털 교과서에 선정된 개발사 관계자, 교사, 학부모 등이 모였다. 이날부터 15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행사에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소개하고 교과서 실물 체험 및 개발사별 교과서 수업을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시도교육청별 홍보관을 마련해 정책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지난 11월29일 내년부터 사용될 초·중·고교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대외적으로 실물 교과서를 처음 공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은 현장에 전시된 각 출판사별 디지털교과서를 직접 시연해보며 교과서의 기능과 방법, 문제점 등을 꼼꼼하게 질문했다.
교사들은 정책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 속초시에서 근무 중인 한 초등 교사 A씨는 "저희 같은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은 학원에도 갈 수 없고 학습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게 돼서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시연에 진행한 교사들도 디지털교과서의 활용도를 높이 평가했다. 초등 영어 수업을 시연한 김현아 교사(서울 경일초)는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선생님이 대시보드를 활용해 학생 수 파악을 하는 등이 서책형 교과서와 다르다고 본다"며 "학생의 난이도나 수업 내용에 따라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편리했다"고 말했다. 중등 수학을 시연한 전병제 교사(경기 성문고)도 "교사들이 수업할 때 아이들의 상태와 내용을 보고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다만 교사들은 도입 속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디지털교과서의 실체가 없는 가운데 교사 연수를 진행하게 되면서,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면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전 교사도 "디지털교과서가 더 잘 활용되려면 콘텐츠나 추가 기능이 상당히 더 늘어나야 할 것 같다"며 "저작권법 등 데이터 활용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이 더 오픈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정책이 추진되면서 미비점들을 보완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의 발행사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학교마다 두 교과서의 발행사가 다르게 선정될 수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날 현장에서 각 발행사들은 'AIDT 중심형', 'AIDT+서책형 병행형' 등 자체 메뉴얼을 활용 방식에 따라 설명하기도 했다.
A 발행사 관계자는 "서책형과 디지털교과서가 각각 다른 출판사 교과서로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영어의 경우 저작권 때문에 다른 출판사 서책형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디지털교과서에서 활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B 발행사 관계자는 "교사가 갖고 있는 자료(PPT, PDF 등)를 화면에 띄워서 편집해서 사용할 순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각 발행사들이 소개하는 디지털교과서에는 수업 도중 궁금한 단어를 학생이 직접 검색해볼 수 있는 'AI 검색 기능'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학생이 모든 단어를 검색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해당 교육과정 내에 포함된 정보만 검색할 수 있도록 제한을 받고 있다고 출판사들은 설명했다.
B 발행사 관계자는 "선행학습법에 걸려서 교과서 내에 있는 단어만 검색할 수 있다"며 "교과범위 이외의 단어를 검색할 경우 이 단어는 단원 안에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안내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발행사들도 정책 추진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C 발행사 관계자는 "일부 교과서만 선정되고 나머지 선정에서는 탈락했다"며 "실질적인 실행 단계가 올해 안에 이뤄지면서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내년에 재도전을 할지 여부도 회사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부 우려에 대해 향후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영훈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 연계 문제'와 관련해 "저희 입장에서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 발행사가 달라도 충분히 연계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단원을 재조정해서 선택해 디지털교과서와 함께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텍스트(지문)가 달라서 어렵다는 것은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별로 지불해야 하는 디지털교과서 구독료와 관련해서는 "12월까지 책정을 완료할 것이고 발행사와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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