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고점 논란 속 韓증시 디스카운트 지속
달러-원 환율 레벨도 높은 상황
미국 자산 팔고 한국 증시 늘려 배분 필요
국내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서 미국으로의 '투자 이민'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지금이 올해 미국 증시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실현하고 국내 증시에 자산을 배분하는 적절한 시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최근 5개월간 12.8% 내렸다. 반면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7.5%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하면서 지난 9일 연 저점을 경신한 코스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미국 투자에서 수익이 많이 났다면 이제 국내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제기되는 조기 대선 가능성과 원화 가치 약세로 국내 증시의 상승 요인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물론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곤란하겠지만, 빠르게 안정되면서 내년 2분기 중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예산안 금액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추경 가능성이 그만큼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원화 가치가 최근 급락세를 보인 점도 수출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에도 국내 증시가 미국 대비 부진할지에 대해 "그렇게까지 한국 증시가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과의 수익률 비교는 미국이 얼마나 조정받느냐에 달려 있다"며 "미국 증시는 2년의 랠리 후 위에서 시작하는 반면 한국은 2년간 제자리걸음 후 아래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어차피 박스권 범위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1430원에 달하는 현재 환율에서 미국 증시 차익실현 후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한국 증시로 자금의 일부를 옮겨 저점 매수하는 것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위험 분산을 위한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미국 증시가 부담스러운 영역에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쏠림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 근거는 리스크 분산과 장기 평균 회귀 때문"이라며 "2010년 이후 계속 우상향하는 미국 증시에 대한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투자 시계를 충분히 길게 보면 그 이전 2000년대에 미국 주식도 횡보하는 10년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로 과거 10년 물가를 조정한 미국의 이익 대비 주가지수가 38.9배에 이른다. 버핏 지수로 언급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시가총액도 219% 수준"이라며 "투자 시계를 10년 이상 길게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욕심을 부리기보단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고 했다.
반대로 국내 시장에 대해 박 연구원은 "이익수정비율(ERR)에서 여전히 추정치를 내리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숫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완화되고 있다"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및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 회복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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