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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챗GPT가 韓계엄사태에 '마두로' 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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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지난 7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지난 7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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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민주주의, 국민들의 높은 탄핵 여론, 위법행위마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정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을 요약한 키워드를 챗GPT에 입력했더니, 인공지능(AI)이 내놓은 답변은 당혹스럽게도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였다.


챗GPT의 답변이 마냥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며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 방식이 의도치 않게 두 정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된 탓이다.

물론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당장 세계 10위권인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부터 극명하게 차이 나는 데다, 정치 구조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의 계엄 사태가 국회의 해제 표결로 단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외신들은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민주주의 틀 자체가 무너진 베네수엘라에선 결코 나오기 어려운 평가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가 단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협을 확인시킨 동시에, 이러한 비민주적 행태를 충분히 견제할 만큼 한국 민주주의가 강력함을 증명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가 언급된 이유는 한 국가의 최고통치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 법치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 잇따라 위법 행위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 높아진 국민들의 분노와 탄핵·하야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만이 옳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적 행위로 몰아가는 모습 때문일 터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러한 대응 방식은 마두로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통치와 유사성을 보인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인 마두로는 각종 위법 행위로 수차례 탄핵 요구, 사임 압박을 받으면서도 권력을 지켰다. 2016년 헌법 위반과 경제위기를 이유로 추진된 탄핵 시도는 마두로가 장악한 대법원과 군부의 충성 앞에 쉽게 꺾였다. 오히려 마두로는 이듬해 제헌의회를 구성, 기존 국회를 무력화하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독재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국민들의 거센 요구도, 국제사회의 압박도 그를 막지 못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경제·사회 위기는 한층 심화했고 민주적 기반은 뒤흔들렸다.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 권위주의 정치, 무너진 민주주의가 경제위기와 뒤엉켜 어떠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으나, 탄핵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한국 역시 정치·사회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가 주목한 첫 탄핵 표결에서 여당의 보이콧에 기대 살아남은 대통령은 이제 자신을 비판한 이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내몰며 국가 분열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로 ‘한국 경제가 망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가 지불해야 할 ‘탄핵 청구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비상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앞으로 할부로 치러야 할 것"이라는 포브스의 칼럼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갚아야 할 청구서는 쌓이고 있다. 다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지키고자 하는 우리 국민들의 노력이 또 한 번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돕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그저 위안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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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슬기나 국제부 차장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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