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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내란 아닌 통치행위" 주장…법원·헌재 판단에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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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헌재 '통치행위' 개념 인정
하지만 사법심사 가능한 한계 긍정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해 향후 수사나 법원의 재판,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나 헌법소원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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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자신을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지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이번 주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급박한 상황에서 향후 형사재판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피청구인의 지위에서 항변할 주장을 미리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치행위를 '사법심사가 곤란한 고도의 정치 결단적 국정 행위'로 정의한다면 비상계엄을 포함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도 일종의 통치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대법원과 헌재는 사법심사가 자제돼야 할 고도의 정치적 행위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행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경우까지 사법심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단이지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수의 군 병력을 동원한 것 역시 폭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계엄 선포 방송을 본 시민들이 국회로 몰렸을 때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군인들을 실무장하지 않은 것, 국회에 단수나 단전, 방송 송출 중단 조치를 하지 않고 계엄 해제 요구가 있었을 때 즉각 수용한 것 등을 그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주장은 먼저 내란죄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게 됐을 때 내란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폭동'이나 주관적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 헌재의 탄핵 심판에 있어서도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맞서 국가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함으로써 헌재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판단기준으로 내세운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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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1979년 "대통령이 제반의 객관적 상황에 비춰 그 재량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이 상당하다는 판단 밑에 이를 선포했을 경우, 그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그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과 같은 것은 헌법상 계엄의 해제 요구권이 있는 국회만이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선포가 당연 무효인 경우라면 모르되 사법기관인 법원이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심사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인 본직절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돼 적절한 바가 못 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내란죄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일부 대법관은 "군사 반란 및 내란 행위는 국가의 헌정질서 변혁을 가져온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할 것인바, 그와 같이 헌정질서 변혁의 기초가 된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또는 그 정치적 행위가 사후에 정당화됐는지 여부의 문제는 국가사회 내에서 정치적 과정을 거쳐 해결돼야 할 정치적·도덕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그 본래의 성격상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사법적으로 심사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지만 대법원의 입장이 되진 못했다.


또 대법원은 2003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및 대북 송금이 문제 된 사건에서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 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다. 다만, 국가 행위 중에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그러한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채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 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돼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대해서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해 그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며 사법심사가 자제돼야 할 통치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어 "그러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고 사법심사를 긍정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1996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이 문제 된 금융실명제 사건에서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면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가긴급권의 일종으로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발동되는 행위이고 그 결단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통치행위를 포함해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므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또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사건에서도 헌재는 "국가긴급권의 발동, 국군의 해외파견 등과 같이 대통령이나 국회에 의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고, 이러한 결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는 요청에서 사법심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는 국가작용이 우리 헌법상 존재하는 것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원리상 대통령, 국회 기타 어떠한 공권력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에서 나오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며,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므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도를 옮기기 위해 제정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통치행위의 일종으로 인정된다면 사법심사가 제한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행사를 저지하는 등 헌법상 한계를 넘어섰을 경우까지 사법심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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