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앞둔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내년 1월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 캠퍼스로 돌아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에 일부 국가를 상대로 단행됐던 입국 금지령이 또다시 내려지며 자칫 고국을 방문한 유학생들의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코넬대, 매사추세츠 대 애머스트 캠퍼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웨슬리언대 등은 많은 유학생이 고국을 찾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이러한 내용의 권고안 또는 지침을 발표했다.
코넬대 글로벌 학습 사무국은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서 "(트럼프) 취임 직후 입국 금지령이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며 1월21일 봄 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했다. 사무국은 해당 금지령에는 1기 집권 시 타깃이었던 키르기스스탄, 나이지리아, 미얀마, 수단, 탄자니아, 이란, 리비아, 북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예멘, 소말리아 국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 인도가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하버드대 역시 웹사이트에 '겨울 여행을 위한 필수 정보' 페이지에서 "(대선이 치러진) 11월 초 마지막 메시지 이후 많은 분이 잠재적 이민정책의 변화에 대해 질문했다.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방학 후 (캠퍼스) 복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분들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조언은 마틴 루서 킹 기념일 전 시간을 확보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은 매년 1월 세 번째 월요일로, 2025년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인 1월20일이다. 하버드대는 이에 앞서 학부 기숙사가 1월17일부터 모두 문을 연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USC, 유펜, 웨슬리언대 등도 학생 및 방문 비자를 소유한 모든 외국인 유학생·교수진·직원에게 여행 권고문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고려하라고 촉구한 상태다. USC는 "1월20일 취임하는 새 행정부가 미국 여행, 비자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명령을 하나 이상 내릴 수 있다"며 "어떠한 행정명령이 내려질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에 앞서 미국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강경해진 이민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대학가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7년에도 이란 등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면서 공항 등에서 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던 1만7000명 상당의 유학생 가운데 수천명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소송으로 일시 중단됐다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취소됐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재집권 시 해당 정책을 다시 적용하겠다고 공언해온 상태다.콜로라도대 덴버 캠퍼스의 클로이 이스트 교수는 BBC방송에 "모든 유학생이 지금 걱정을 하고 있다"며 "많은 학생이 비자에 대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미국 내 대학들은 유학생들에게 관련 서류 처리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 역시 당부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데이터 프로젝트 오픈도어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미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은 110만명을 웃돈다. 국적별로는 인도가 33만1602명으로 가장 많았고, 2위는 중국(27만7398명)이다. NYT는 인도와 중국 유학생을 합칠 경우 모든 유학생의 절반 상당이라고 짚었다. 한국은 4만3149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캐나다, 대만, 베트남,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브라질 순이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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