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이후 외국인 방한 줄고, 골목상권 위축
한국 경제에 미칠 피해 크게 불어날듯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감소하는 등 내수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NH투자증권이 공개한 '한국, 정치 불안정성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연말소비가 위축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4%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국가는 계엄사태 이후 한국을 ‘여행 위험국가’로 분류했는데,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지의 서비스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영국, 미국, 일본, 이스라엘, 러시아 등이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한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주요국의 한국 여행 자제 권고 조치로 인해 연말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GDP에서 음식·숙박과 여가·문화는 9%, 외국인의 국내소비는 0.8% 비중을 차지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탄핵정국으로 12월 골목상권 매출과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5% 훼손됐다는 가정하에 성장률 피해 규모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2%인데 계엄사태로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역시 내수기업의 마진율을 축소시켜 경제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수입원재료 비용 증가)이 매출증대(수출 가격경쟁력 제고)를 상쇄하면서 내수기업 위주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환율 상승이 주로 도소매, 외식 등 내수 서비스업의 재료비 수입단가 상승과 마진율 축소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수출 기업은 원가상승을 매출증대로 상쇄할 수 있으나, 내수 기업은 원가상승에만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은 내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
다만 지난 10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항목의 예산이 삭감되긴 했지만 생계급여, 노인일자리, 소상공인 채무 조정 등 내수 반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따라서 내년 상반기 정부소비 공백이 생길 뻔한 우려는 줄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이번 탄핵 정국 등으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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