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불안 가중
정치혼란으로 확장재정 쉽지 않아져
경기부양 위한 통화정책 기대감 높아질듯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논의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져 한은 통화정책의 중요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불안이 가중될수록 경기를 살리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이번 계엄사태로 인해 더 큰 하방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계엄사태 이전에도 이미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도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 하방위험이 더 높아졌다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한국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연구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인 1.9%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봤다. 외국계 IB인 씨티는 1.6%를 전망했고, 노무라와 JP모건도 1.7%를 내놨다. 국내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공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7%로 대폭 하향했다. 연구원은 확실한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향후 우리 경제가 성장 경로를 이탈하고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치혼란으로 정부 경기부양 쉽지 않아, 통화정책 기대감 커질 듯
시장에서는 이번 계엄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정부의 확장재정 논의가 뒤로 밀릴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이 약해지는 반면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통화정책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우리 경제성장의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으로 정부의 확장재정 기대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은의 경기 부양 책무가 무거워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속도와 강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당장 다음달에라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만약 다음달에도 금리를 내리면 3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가 된다.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을 정도로 기준금리 연속인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왔는데 그만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2년 연속 1%대의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치리스크 확대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재정에 대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한은의 적극적인 완화정책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빠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에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이 예상되며, 상반기 내 2%대의 기준금리 도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도 정치불안이 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불안으로 연말연시 모임이 대거 취소되는 등 이미 내수경기 부진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한은을 찾은 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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