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스템 엉망인데 어떻게 신뢰하겠나"
보수 유튜버들,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 주장
계엄 발동하자 "진짜 사나이"
지난 3일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과천청사를 덮쳤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약 2분 만이었다.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CCTV에 따르면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6명은 곧바로 선관위 2층 전산실에 들어갔다. 이들은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 시스템 서버 등을 촬영했다. 아울러 촬영하면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등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망인데 국민이 어떻게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느냐"며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계엄 선포 이유의 하나로 '부정 선거 의혹'을 들며 항변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부터 보수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 유튜버 이봉규씨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채널을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명 보수 유튜버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와 '신의한수'의 구독자 수는 7일 기준 각각 91만명, 152만명이다. 후원받는 액수도 상당하다. 유튜브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신의한수가 지난 11월8일부터 이달 7일까지 받은 후원금만 7429만4948원이다. 하루 약 248만원가량 후원금을 받은 셈이다. 보수 진영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튜브 채널은 선거에서 보수가 패배할 때마다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는 윤 대통령이 그런 주장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봉규TV는 22대 총선 전만 해도 전광훈 목사가 고문을 맡고 있는 자유통일당이 당선자를 배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계양구을 지역구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패배할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대패하니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를 진행하는 이봉규씨는 지난 4월11일 '우째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선거 부실 관리 및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전투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이봉규TV
원본보기 아이콘지난 4월11일 이봉규TV는 '우째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한다. 이씨는 영상을 통해 대구 남구 선관위 앞에서 갈린 투표지 등이 쓰레기봉투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구든 광주든 서울이든 이런 의심스러운 게 계속 나온다"며 "사전투표가 이렇게 논란이 많은데 왜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지난 10월12일에는 '비상 걸린 한동훈과 이재명'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정상적인 선거라면 보수 진영이 서울시교육감 승리한다"며 "만약 패배하면 사전투표를 독려해서 부정선거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계속되는 부정선거 정황에 해결책을 제안한다. 바로 '계엄'이다. 22대 총선 패배 이후 댓글에서는 "대통령님, 국민만 믿고 계엄령을 선포하세요"라거나 "중앙선관위 서버를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댓글에는 100개가 훌쩍 넘는 '좋아요'가 찍혀 있어 적어도 보수 유튜브 채널 시청자들은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의한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12일 '충격뉴스, 뚜껑 열린 투표함 발견! 봉인지도 뜯어진 상태! 역대급 선거관리 부실!'이란 제목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영상에 따르면 한 지역 개표 현장에서 봉인지가 뜯어진 투표함이 발견됐는데 부정선거 의혹과 연결했다. 진행자는 "개표할 때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냐"며 "이번 총선 과정에서 관리 부실 문제가 나온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이봉규TV와 판박이다. 영상 시청자들은 "대통령은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선관위를 압수수색 해야 합니다" "꼭 조사해서 엄벌을 처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그냥 두면 대한민국이 영원히 사라집니다" 등 반응을 보였다.
보수 유튜브 채널은 계엄 선포 소식을 환영했다. 이봉규TV는 이달 6일 '성동격서 성공, 진짜 타깃은 선관위 데이터 서버 확보, 무서운 전술 휘두른 尹'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씨는 계엄군의 행보를 분석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보다 선관위를 더 중요하게 본 것 같다며 윤 대통령에게 "잘했다"고 칭찬한다. 아울러 "(선관위) 자료를 분석해서 부정선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나오면 판 끝난다"며 "우리가 외친 걸 윤 대통령이 듣고 있었다. 진짜 사나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천재적인 대통령님이시다. 눈물이 납니다" 등 반응을 나타냈다.
제2의 계엄 선포를 원하기도 했다. 신의한수는 이달 5일 '윤석열, 선관위 부정 발각 계엄령 다시 선포한다'는 영상을 올린다. 보수 유튜버 신혜식씨는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윤 대통령이 특별 담화하려다가 취소한 건 아직 (선관위 자료) 포렌식이 안 끝나서다. 포렌식이 끝나서 증거가 나오면 윤 대통령은 이렇게 특별 담화를 발표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그동안 속았습니다. 선거도 사기당했습니다. 지금부터 제2의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부정선거 의혹 등을 내세우며 비상계엄 발동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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