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계엄 사태, 한국의 양면 드러내…권위주의 잔재 있다"

가디언 “갑작스러운 현실판 디스토피아”
눈부신 성장에도 아직 군사 독재 잔재 남아

K팝 등 문화적 영향력에 가려져 있던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와 군사 독재 역사 등이 이번 계엄 선포 사태로 주목받게 됐다는 외신의 진단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국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국제적인 승자였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는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던 한국을 ‘문화적 거물’로 만들었지만,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로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여기에 끼어들었다”면서, 계엄 선포 사태가 국제 사회에 던져 준 충격을 설명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한류 열기와 최근 혼란의 가장 충격적인 대비는 화요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원들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고, 군용 헬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와중에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무장 군인들에 맞서는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한국이 군사 독재 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불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주화 이후의 눈부신 경제 및 문화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권위주의적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으며, 그것이 이번 계엄 선포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다만 가디언은 한국 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그간 쌓아 올린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번 일이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우리의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종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한 서울 시민의 말을 전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