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무소·파견 기관과 상황 공유·보고 체계 잇달아 강화
금감원, 해외 사무소가 원장에게 실시간 직접 보고
금융위, 국내외 시장 모니터링 조직 '교대근무 체계' 강화
금융당국 수장, 민간에도 해외 투자자와 적극적인 소통 주문
해외 언론과는 직접 소통 나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 실패로 환율·증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외 사무소, 글로벌 기관 등을 통한 상황공유와 보고체계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사무소가 전달한 현지 정보는 보고 순서를 건너뛰고 원장이 곧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고, 금융위원회에선 국내외 야간 시장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교대근무 체계를 보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대외 신뢰도 추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추가 시스템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마치고 굳은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조용준 기자
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계엄 사태 이후 해외 사무소에서 원장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보다 강화된 핫라인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조직관리 규정에 따르면 해외 사무소란 외국 금융감독당국·기구와 협조하고 금융감독 제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트남 하노이 등 6개국에 마련돼 있다.
여기에 더해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등 해외 사무소의 역할을 대폭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조달·자본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고 우리 시장에 대한 글로벌 평가까지 한국으로 전달하고 있다. 해외사무를 담당하는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종래에는 현지의 제도·시장 변화를 위주로 봤다면 지금은 정치적 상황을 포함한 한국 관련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원장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도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해외 사무소의 보고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한국 상황을 현지에 있는 기관에 정확하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교대 근무체계를 강화했다. 계엄 사태 이후 금감원이나 국제금융센터 등 다른 기관과 협업해 야간 글로벌 동향을 파악해 온 금융시장분석과는 3교대로 국내외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체계를 운영했다. 특히 밤사이 해외시장을 상황을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윗선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분석과는 인원이 5~6명뿐이어서 필요시 교대근무로 운영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탈이 가속하고, 원화 자산에 대한 부정적 흐름이 나타나서다. 계엄 이후 사흘간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 지수는 6일 한때 2400선이 붕괴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3% 넘게 빠지면서 650선 이하까지 밀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16원에 개장한 후 장중 오름폭을 키우며 오전 11시께 1429원 선까지 치솟았다. 불확실성을 반영한 변동성이 커질 대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태 직후부터 민간 금융사에도 외국인투자자와 적극적 소통을 당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오전 8시30분 민간 금융사들과 만나는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벽 4시30분께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후 3시간30분 만이다. 한 회의 참석자는 “금융사들이 외국인 주주와 투자자에게 한국의 외환·주식시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도 ‘확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외국계 은행 지점 등 해외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회의에서도 “한국의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권 등과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현안 업무 추진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경제·금융당국 수장은 해외 언론들과 소통은 직접 챙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 위기 상황에도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인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이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내부 요인에 비해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에 더 큰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이복현 원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불안정 상황과 상관없이 ‘밸류업 프로그램’ 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시장 혼란에 대비한 다양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계엄 당일 尹 "총 쏴서라도 끌어내고 4명이 1명씩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