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입 금지는 ‘국헌문란’
내란죄 공범 폭넓게 인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봉쇄를 둘러싸고 경찰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의원 출입을 금지해 국회 권능을 불가능하게 한 것은 형법상 내란죄이고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란죄의 경우 공범을 폭넓게 인정해 경찰 지휘부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발령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따를 의무가 생긴다”며 “제가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 오후 10시35분께 집회 관리 무대를 국회에 배치했고, 두 차례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첫 번째는 10시46분께 국회 내 돌발 상황을 우려한다는 이유였고, 20분 뒤 의원·관계자들이 신분 확인 후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다 11시37분께 두 번째 전면 통제가 실시됐다.
조 청장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이 오후 11시30분께 전화가 와서 국회를 통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제가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 한다고 거부했다”며 포고령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에 전체 국회 출입 통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처음에는 법률적 판단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통제를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첫 번째 통제 20분 후 국회 경비대장이 국회의원이 들어가기를 요청한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다시 검토했을 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모든 일반 시민까지 한꺼번에 들어가면 위험이 있으니 국회의원과 국회 출입증이 있는 분들만 출입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저는 상명하복에 충실한 경찰관으로서 대통령의 엄중한 계엄령에 의해 내려진 지시를 듣고, 이를 정당한 지시로 판단했다”며 당시 지시가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퇴근 시간 무렵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무실 근처에서 대기하기를 요청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는 계엄사령부로부터 연락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계엄군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을 때 경찰 인력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발 사태 대비가 필요하다고 봐 경기남부경찰청에 전화해 지시했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기관의 권리 행사 방해를 실행했을 경우 내란죄가 인정됐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씨의 판결 당시 법원은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상당 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했다면 국회 권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위해 모이는 것을 봉쇄했다면 헌법 위반이 되고 내란죄의 소지가 있다”며 “전면 통제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지시 했는가가 중요하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정확한 상황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의 계엄 해제를 방해하는 것은 국헌문란이고, 중요한 행위 가담이다. 지휘명령을 내린 것은 빠져나갈 수 없다”며 “계엄 포고령으로 헌법을 수호하는 국회를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위헌이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경찰 지휘부는 내란죄로 수사를 받게 된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는 경찰만 수사가 가능한데,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별도의 수사 주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종수 경찰청 국수본부장은 “수사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사건을 배당하느냐”라고 반박했다. 행안위는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내란 범죄혐의자 신속 체포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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