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軍 빨리 진입했으면 계엄 지속됐을수도"
경찰 적극 대응했으면 상황 달라졌을 가능성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어제부터 오늘로 이어진 비상계엄의 ‘긴 밤’ 동안 만약 몇 가지 상황이 달랐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수 있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라는 초유의 상황과 관련해 현장을 지켜본 이들은 계엄군의 늦은 등장과 소극적인 움직임, 국회를 에워싼 경찰들의 일관되지 않은 대응이 비상계엄을 무너뜨린 요인으로 꼽고 있다.
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사령부는) 군 병력이 빠른 시간 내에 국회를 제압해서 해산 시도를 못 하게 하고 차츰 단계적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군이 좀 더 빨리 움직였으면 국회가 장악되면서 1시간55분 만에 끝나는 상황이 아니라 굉장히 지속해서 계엄이 이어지는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 등이 밝힌 바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내려진 뒤 경찰은 오후 10시50분 국회 외곽문을 막고 의원과 보좌진의 출입을 제한했다. 이어 전날 밤 11시48분부터 230여명의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들어와 본청 등 진입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오후 10시27분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차가 있는 셈이다.
늦었다는 점 외에도 눈여겨볼 부분은 계엄군이 숫자가 적다는 것 외에 정예부대인데도 보좌진의 저항에 막혔다는 점도 주목된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제보 등을 종합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계엄군으로 국회에 들어온 707특임여단에는 전날부터 출동대기 명령이 떨어졌고, 출동 당시 상당한 수준의 무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계엄령 발표 직후 실탄도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707특수임무단은 샷건, 소총, 기관단총, 야간투시경, 통로개척장비 등을 갖췄으며, 저격수들도 배치됐다"고 했다.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이 준비된 정예부대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군이 명령을 소극적으로 따랐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계엄령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냐, 또 우리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용산 대통령실 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 바리케이트와 경찰병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이 외에 국회 외곽에 이미 지난 2일부터 대규모로 경찰이 배치된 정황이 있었다. 경찰의 대응도 변곡점이었다. 경찰은 당초 국회를 완전히 봉쇄했다가 일부 진입을 허용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대응을 보였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국회 진입을 막았거나, 본회의 자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회의장에 190명의 의원이 모인 것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온라인에는 국회 인근에서 한 군인이 고개를 숙인 채 사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 ‘TV허재현’ 운영자는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 군인이 있었다”며 "'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나는 대역죄인"…명태균, 계엄 후 尹 향한 옥중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