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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상통화 상대방 나체 녹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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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를 휴대전화로 녹화하고 저장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해당 처벌 조항이 규정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는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를 때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의 통화 화면을 녹화한 행위는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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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촬영물등이용협박), 폭행, 협박, 특수재물손괴, 스토킹처벌법 위반, 주거침입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2013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이 촬영의 대상을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고,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위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위 조항이 정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신체 촬영으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3년 5월 샤워 중인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해당 내용을 녹화한 뒤 이를 틱톡, 인스타그래 등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와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인데 그를 상대로 협박, 특수재물손괴,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다수의 범행을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법원은 A씨의 카메라이용촬영죄 등을 유죄로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했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A씨는 1심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 중 '2023년 7월 6일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생성해 피해자를 불법 촬영한 영상물 중 나체로 샤워하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 3장을 올린 부분'과 관련 피해자와 다툼을 이어온 자신의 배우자 B씨가 촬영물을 게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실오인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심(1심)은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A씨가 피해자와 교제할 당시인 2023년 5월경 피해자가 샤워하는 장면을 영상통화를 통해 녹화해 보유하게 된 점 ▲피해자와의 관계가 악화된 2023년 6월경부터 피해자에게 이 사건 동영상을 유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협박하기 시작한 점 ▲실제로 2023년 6월 27일경 동영상의 일부를 캡처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틱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게시한 점 ▲피해자가 1심 법정에서 A씨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있었으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진술한 점 ▲A씨는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배우자인 B씨가 피해자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A씨나 B씨의 대화 내역에서 B씨가 피해자의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 ▲오히려 B씨가 2023년 7월 6일 오후 3시경 A씨에게 이 사건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화면을 보내면서 "당신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맞죠?"라고 물었던 걸로 볼 때 B씨는 A씨가 해당 사진을 유포한 이후에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접하고, 사진의 인물이 피해자인지 여부를 A씨에게 확인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무엇보다 피고인이 2023년 7월 6일 피해자의 아들에게 "네 엄마가 뭐하고 다니는지 아냐"면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전송한 다음 해당 나체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화면까지 전송한 것을 볼 때 B씨와의 대화 이전에 이미 이 사건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게시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심과 2심이 유죄로 판단한 A씨의 혐의 중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 혐의는 무죄라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A씨의 해당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뒤 형량을 다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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