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인 2일에도 민주당 주도 감액수정안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해야 한다며 협상 불가를 재차 천명했고, 민주당도 예산안에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역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시킨 예산안에 대한 총평은 그냥 국정마비를 목적으로 한 목적만 보이고, 디테일로 들어가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도한 인공지능(AI) 기본법에는 적극 동의하면서도 AI 생태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새 희망인 소형모듈 원자로(SMR)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더 답답한 것은 지방교육재정 비효율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지역화폐 비율은 더욱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유지하면서 경찰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서도 "정말로 나라에 돈이 없어서 이 둘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것 선택할 것 같냐. 국회의 특활비냐, 경찰의 치안유지를 위한 특활비냐"며 "민주당 시각은 국민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이 치안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민주당의 2024년 12월 목표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총선 경선 여론조작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재적 300인, 가 93표, 부 297표, 기권 5표로 부결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 강행처리를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늘은 국회 다수당의 이성 잃은 폭주가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로 헌정사 길이 남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예결위 (감액 예산) 날치기 처리에 대해 민과 정부여당에 사과하고 즉각 철회하라. 철회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합의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패"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이 야당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이미지 주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사업 예산 증액분이 반영되지 않아 지역구에서 비판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호남고속철도, 위례선 등 도로망 건설 사업과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을 위한 '대왕고래프로젝트' 관련 예산 등 지역·국책사업이 대폭 삭감됐다. 한 대표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처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로 부산시와 부산시민의 삶을 우상향시키겠다"며 "지금이 부산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는 민생법안이고 정쟁의 도구가 될 만한 것도 없다." 민주당에 촉구한다. 우리 민생 앞에서 정쟁을 멈추자"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여당이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할 경우 추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민주당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여당 반대에 막힌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증액하지 못했다. 여당이 수정안을 제시할 경우 야당의 주력 예산을 함께 증액하는 협상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특활비·특경비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민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예결위에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원,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원, 경찰 특활비 31억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 감사원 특활비 15억원 등 검찰 및 주요 권력기관 예산 2조4000억원 규모를 삭감했다.
강선우 민주당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여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 당연히 협상할 의지는 있다"며 "민생을 챙기는 증액한 예산안에 대해 제안할 의지가 있는가. (만일) 진지하게 제안을 하면 들여다볼 생각이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여당이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다. 여당이 협상 불가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민주당 주도의 삭감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야당 주도의 예산안 추가 삭감이 이뤄질 수도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을 강조하며 여당의 예산안 협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성장이 멈추고 내수가 침체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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