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교과에 2027년부터 도입
특수교육 생활영어·정보통신 적용 제외
"교육 현장, 전문가 의견 종합 고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로드맵을 일부 조정했다. 2026년 도입 예정이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은 적용을 제외했고, 초등 및 중등의 사회·과학 과목에서의 도입은 1년 미뤘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한 데 대해서는 최종 통과 전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디지털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 교사의 수업 혁신과 학생의 맞춤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0시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최종 결과를 관보에 게재했다. 총 12개 출원사에서 제작한 76종의 AI 디지털교과서가 합격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정심사는 크게 공통 기준, 내용심사 기준, 기술심사 기준으로 나누어 심사가 이뤄졌다"며 "AI 디지털교과서 검정과 도입을 계기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교사 사용 친화적으로 더욱 최적화·고도화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했다.
검정 심사를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는 다음 달부터 학교 현장에 배포될 예정이다. 학교들은 채택할 교과서를 결정해 내년 1학기부터 현장에서 사용하게 된다.
도입 '속도 조절'…국어 빠지고 사회·과학 미뤄져
일부 과목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로드맵은 조정됐다. 2025년 영어, 수학, 정보 교과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해 교실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 전문가 의견과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초·중·고교에서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0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는 당초 계획대로 도입하되 2026년 이후 적용 교과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부총리 또한 지난 10월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 이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교과목은 전문가 검토와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2026년 초·중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될 계획이던 사회, 과학 과목은 2027년에 도입해 2028년 도입을 완료하는 것으로 도입 시기가 1년 미뤄졌다. 고등학교의 경우 당초에도 2028년 도입될 예정이었어서, 일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수교육의 경우 각각 2027, 2028년 도입될 예정이던 생활영어·정보통신 과목이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이 부총리는 "영어, 수학, 코딩은 세계적으로도 (AI 디지털교과서가) 가장 효과성이 많이 입증된 교과들인 반면에 사회·과학은 그런 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좀 더 점검하고, 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과목"이라며 "영어와 수학은 수포자·영포자라는 용어가 있듯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격차가 발생하며,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일단 영어, 수학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교육부는 인프라, 교원 역량 강화 등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환경 조성도 차질 없이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교실혁명 선도교원 1만명을 양성했고,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하반기 15만명 대상 교원 연수를 추진 중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검정 통과 교과서를 대상으로 어떤 교과서가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적합한지 학교가 선정할 수 있도록 연수를 지원한다. 학교가 교과서를 선정한 뒤에는 해당 교과서를 활용한 학생 참여중심 수업설계 실습 연수를 통해 '교사가 어떻게 AI 디지털교과서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집중 연구 및 설계를 지원한다.
AI 디지털교과서, '격차 해소' 역할 할 것…교실 혁명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 간 학습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다양한 효용이 있고 목표를 세울 수 있지만 먼저 교육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조만간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 정책에 대해서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흥미를 북돋고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디지털 선도·연구학교로 지정 운영된 학교 학생 1049명을 대상으로 AI 코스웨어 활용 수업의 효과성을 중간 분석한 결과 '학습 전략 사용' 영역에서 평균이 3.55에서 3.86으로 늘었다. '자기 조절' 영역에서도 평균치가 3.59에서 3.71로 향상됐다.
또 이 부총리는 "사교육 경감이나 학생들의 창의력·인성과 같은 소프트한 부분, 소위 '하이터치' 부분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교육의 개선 목표를 데이터에 기반해서 제시할 수 있는 시점도 곧 올 것"이라고 전했다.
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로 전락?…"국회 설득할 것"
최근 국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향후 AI 디지털교과서 확대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학교에서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된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학교장이 자율 선택할 수 있다. 법안을 단독 통과시킨 야당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될 경우 비용이 학교에 전가될 수 있으며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된다면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의 지위를 잃게 돼 학생들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교실 혁명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크다"며 "개정안은 그간 학교 교육에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과형 도서의 범위를 확대해 온 취지와도 상반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검정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이나 기술적으로 질 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검정심사에 합격한 AI 디지털교과서에도 법안을 소급 적용하는 경과 규정은 지금까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준비해 온 학교 현장에도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충분히 이 부분을 검토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아마 이런 법이 통과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계속 설득하고 설명드리면 이 법이 통과될 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독료 문제, 가격 협상 중…"1조원 미만 될 것"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가격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서책 교과서처럼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와 정부가 가격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협상을 앞둔 상황이어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협상단을 꾸려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말까지는 가격이 정해질 것이라고 교육부는 예측하고 있다.
다만, 교육계 등에서 추산하는 규모보다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지방교육재정부담 전망과 과제' 보고서는 "향후 4년간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 규모는 (최대) 총 6조6156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부총리는 "저희가 지금 예상하는 비용은 다양한 추가 비용까지 다 합하더라도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중 예측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1조 미만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구독료를 부담해야 하는 일선 교육청 등에서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데 대해 이 부총리는 "지방교육 재정의 여건을 봐서 필요하다면 특별교부금으로도 일부 부담하겠다는 방향은 잡아 놓겠다. 중앙정부가 얼마 정도 분담할지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분명한 것은 학부모 부담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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