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어 K문화 기적
소수 엘리트가 이끌던 시대 끝나
정치 리더십보다 셀프 리더십을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던 영국인 기자 다니엘 튜더가 쓴 한국에 관한 책 제목이다. 영어로 된 책이 먼저 나오고 이듬해에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제목으로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인이 아닌 제삼자의 시각을 빌려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다. 저자는 책의 제목인 ‘불가능한 나라(impossible country)’를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기적을 이루어낸 점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나라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쓴 제목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인들이 교육, 외모, 직업적 성취 등에서 자신을 불가능한 기준에 획일적으로 맞추도록 너무 큰 압박을 가하고 요구한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나라라는 것이다. 불가능한 목표를 집단으로 지나치게 추구해 기쁨을 잃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은 제목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한국인이 공통으로 가진 자랑스러운 DNA를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도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다. 호기심과 지식욕, 탐구력과 에너지도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좋은 점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기적은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그치지 않았다. K-영화, K-드라마, K-음악, K-음식, K-문학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새로운 불가능들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으로만 알려졌던 나라에서 이제는 문화와 예술, 음식과 생활에서도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매력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여야가 이렇게 싸우는데도 대한민국은 매력적인 국가로 점점 더 사랑받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모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국가발전 방식이 톱다운(Top down)에서 바텀업(Bottom up)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라 전체를 이끌어가는 정치리더십과 정책리더십이 중요했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개개인이 자신을 이끌어가는 셀프리더십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정치에 너무 큰 기대를 걸거나 더 실망하지도 말자. 오히려 스마트하고 현명한 국민 각자가 자신의 삶도 더 잘 꾸려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도 기여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로 계속 발전하는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믿는다.
소수의 엘리트와 정치가가 국가와 사회를 끌어가던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해진 일반 국민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삶을 경영하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 정치에 대한 실망 대신에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더 가지자. 정치가 부족해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자. 정치의 힘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자. 정치에 너무 기대지 말고 각자가 긍지를 갖고 우리 한국인이 가진 자랑스러운 DNA를 맘껏 발휘할 때다. 그것이 개인도 더 나아지고 사회도 더 나은 매력 국가로 가는 앞으로의 길이다.
김현곤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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