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2022년 7월~2023년 6월)
순이민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
영국의 연간 순이민 규모가 90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민 급증을 전임 보수당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며 대규모 이민 감축을 예고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28일(현지시간) 2023년도(2022년 7월~2023년 6월) 영국 순이민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90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32만명이 영국으로 이주하고 41만4000명이 영국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발표됐던 2023년도 순이민 잠정치는 74만명이었다. 통계청은 수치가 16만명 넘게 대폭 수정된 배경에 대해 통계에서 누락됐던 우크라이나 이주민과 장기 거주 비자로 전환한 기존 영국 체류자 데이터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순이민 통계를 두고 "충격적"이라며 "이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담은 백서를 조만간 발간하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이민 급증이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현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4년도 현재 순이민이 72만8000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긴 했으나, 여전히 2016년도(32만1000명)의 두 배를 넘어선다.
스타머 총리는 "이 정도 규모의 실패는 단순히 운이 나빴거나 우연인 것이 아니다"며 "전임 정부가 ‘열린 국경 실험’을 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임 보수당 정권들이 2020년 EU 탈퇴 후 점수 기반 취업 비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비유럽 국적자의 영국 이주를 폭증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3년도에 영국으로 들어온 이주민 중 약 100만명이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중국, 짐바브웨 등 비유럽연합(EU) 출신으로 파악됐다.
스타머 총리는 "이민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도 "이주민 대다수는 영국의 인력 격차를 메우기 위해 들어왔다. 현재의 점수 기반 이민 제도를 개편하고 영국 내 인력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가 비자 규정을 어기거나 최저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날 이라크와 밀입국 범죄집단 단속 및 국경 강화를 골자로 하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발표했다. 협정에는 영국 내 불법체류자의 본국 송환을 가속하고 귀국자의 재통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영국이 2023년 5월~2024년 4월 망명 처리에 쓴 비용만 53억8000만파운드(약 9조원)로, 전년보다 36% 급증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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