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시행한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에 단 1개 사업자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 업계에서는 사업성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풍력 터빈의 공급 협상 차질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풍력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마감된 올해 풍력 고정가격 경쟁 입찰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에는 노르웨이의 에퀴노르가 주도하는 반딧불이 프로젝트만이 참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풍력 고정입찰에서 해상풍력 1500메가와트(MW), 육상풍력 300MW 등 모두 1800MW(1.8GW) 규모의 물량에 대해 입찰을 실시했다. 이중 고정식 해상풍력에 대해서는 안마해상풍력, 태안해상풍력, 한빛해상풍력, 한동해상풍력,야월해상풍력, 압해해상풍력 등 6개 사업자가 모두 1668MW 규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유식 해상풍력에는 반딧불이(에퀴노르) 한 곳만이 750MW 규모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입찰은 국내에서 처음 실시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하지만 실제 입찰에는 반딧불이 한 곳만 참여하면서 일단 흥행에는 실패했다.
울산 먼바다에 조성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는 반딧불이뿐 아니라 해울이(CIP/COP), 귀신고래(코리오·토탈에너지스·SK에코플랜트), 문무바람(쉘·헥시콘), 한국부유식해상풍력(오션윈즈·메인스트림·금양그린파워) 등 5개 프로젝트가 준비해왔다. 앞서 5개 프로젝트는 정부 환경영평평가 협의를 완료하고 입찰을 준비했다.
풍력 업계에서는 높은 개발 비용과 공유수면 점·사용료로 인해 사업성이 불확실한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부유식 해상풍력이 고정식에 비해 초기 높은 투자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 고정식과 구분해 입찰을 실시했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상한가격은 고정식과 동일한 176.565원/MWh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상한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야 한다. 상한 가격이 높을수록 사업자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람의 질이 좋은 먼바다에 설치하는 만큼 전기 생산 효율이 좋지만 부유체를 바다에 띄우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올려야 해서 초기 설치 투자 부담이 크다. 부유식 해상풍력을 준비하는 사업자는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입찰 조건을 요구해왔으나 이번에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고정식보다 높은 가중치를 곱해 계약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결코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부유식 해상풍력 업계에서는 공유수면 점·사용료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바다, 강 등 수면을 점용하거나 사용할 때 정부나 지자체에 내는 비용이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인접한 울산 지역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전라도 등 다른 해상풍력에 비해 높은 사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자들은 점·사용료 인하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풍력 터빈 업체와의 계약 불발이 입찰 포기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입찰을 신청한 반딧불이 프로젝트의 경우 지멘스가멘사와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해 15MW급 터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4개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풍력 터빈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로부터 15MW급 터빈을 공급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풍력 업계 관계자는 "베스타스가 당초 계획보다 낮은 발전 용량의 터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막판에 협상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발전 용량이 낮으면 동일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해서 그만큼 투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 단독으로 참여한 반딧불이가 최종 선정되면 국내 첫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풍력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딧불이 프로젝트에서 터빈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멘스가멘사의 나셀을 국내 창원공장에서 조립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멘스가멘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15MW급 터빈을 독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8MW급 터빈까지 상용화했다.'
반딧불이 프로젝트의 하부구조물은 삼성중공업이 맡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에퀴노르는 지난 8월 삼성중공업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저케이블은 LS전선이 맡기로 했다. 부유식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은 높은 파도와 강한 조류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 24일 에퀴노르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반딧불이 해상풍력 사업의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이후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송전하는 케이블의 양육점과 지중선로, 육상변전소 건설을 맡게 된다.
한편, 에퀴노르는 울산항에서 약 70㎞ 떨어진 해상에 발전 용량 750㎿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소를 2030년까지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를 완공하면 연간 약 44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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