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서 협상타결 선언
한국이 체결한 26번째 자유무역협정
쌀·천연꿀 등 韓민감품목은 개방대상서 제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신흥 물류 요충지인 조지아와의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이 타결됐다. 발효 즉시 한국의 대(對) 조지아주력 수출품인 승용차와 K-푸드 등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돼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과 게나디 아르벨랏제 조지아 경제지속가능발전부 차관이 27일 서울에서 한·조지아 EP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타결된 한·조지아 EPA는 국회에 보고된 EPA 추진 대상 국가 중 첫 번째로 타결된 협정이자 한국이 체결한 26번째(협상타결 기준) 자유무역협정이다. EPA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이 관세 철폐 등의 시장 개방을 포함하면서도 상대국과의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협력 요소를 강조하는 통상 협정을 말한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한·조지아 EPA 협상 개시에 합의한 이후 그간 두 차례 공식협상과 두 차례 회기간 협상 등을 통해 쟁점을 줄여왔다. 이번에 아르벨랏제 차관 방한 계기에 타결을 선언하게 됐다.
조지아는 구소련권 국가 중 가장 개방된 시장중심 경제체제로 운영되는 국가 중 하나로 개방적 대외정책을 통해 46개국과 FTA를 체결해 넓은 배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아시아~유럽을 잇는 교역 요충지에 위치한 코카서스 지역의 교통·물류 거점인 만큼 공급망·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다.
세계은행의 2024년 사업준비도 보고서에 따르면 조지아는 규제(3위), 운영효율성(2위) 등 조사 대상 50개국 중 상위권을 차지한 만큼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조지아 EPA 타결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 및 사업 추진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금번 EPA는 양허 수준 또한 높고 공급망, 교통·물류, 에너지 등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양국의 교역 확대는 물론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신흥 물류 요충지로 더욱 부상하는바, 이번 EPA를 통해 발칸·코카서스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 또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한·조지아 EPA를 통해 상품은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는 93.3%, 조지아는 91.6%에 적용되는 관세를 1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승용차는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및 친환경차에 대한 조지아의 관세가 전면 즉시 철폐된다. 일본 등 경쟁국 대비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조지아 내 수입비중이 높은 중고차 분야에서도 한국 제품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또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라면·김·맥주·소주 등의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세도 즉시 철폐돼 한국 식품과 화장품 교역이 코카서스 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과 가전제품, 기계 등 우리 수출 유망품목에 대한 조지아 측 관세 또한 철폐된다.
또 조지아의 주요 생산품인 와인뿐만 아니라, 증류주(차차), 천연 탄산수 등에 대해서 한국도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공산품의 경우, 구리 스크랩과 슬래그(slag) 등 국내에서 원료로 활용이 가능한 금속, 비금속의 수입 관세도 철폐돼 관련 업계의 원료 수급 및 생산안정이 기대된다. 다만 쌀과 천연꿀 등 한국 측 민감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이번 EPA로 운송·물류의 요충지인 조지아의 해운, 도로 화물 운송, 창고업, 화물 주선업 등이 폭넓게 개방된다. 자동차와 철강, 기계 등 주요 공산품을 비롯해 우리 측 경쟁력이 높은 주요 수출품은 역외산 재료나 부품을 활용해 제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역외산 재료 활용이 가능하도록 완화된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도록 했다. 또 K-콘텐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관세 금지 영구화 및 한국 디지털제품을 자국 디지털제품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약속 조항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 선언을 계기로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정식 서명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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